오전 9시 3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6시쯤 엄마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섰다.
밤새 잠을 거의 못 잤다. 짐도 다 쌌고 준비도 마쳐서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앞으로 최소 2년 동안은 한국을 떠나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떨어져 다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밤과 함께 깊어져서.
마음의 준비는 막상 타지에 가서 부딪히기 전까지는 늘 어려운 것 같다.
21살 때 처음으로 나 혼자 외국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엄마 아빠는 항상 공항까지 바래다주셨다.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공항에서 아빠야 바로 일하러 가시면 된다지만 엄마는 괜히 집까지 혼자 공항버스 타고 돌아오셔야 되는 게 마음에 걸려서 괜찮다고 하는데도 굳이 이른 아침부터 같이 부랴부랴 준비하셨다.
새벽에 유난히 찬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차에 올랐다.
평소에는 차에서도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데 이날은 아빠도 엄마도 나도 말수가 적어졌다.
공항이라는 장소가 좋아서 공항 갈 때마다 설레 하고는 했는데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부모님께 괜스레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얽혀서 눈물이 났다.
홀로 앉은 뒷자리에서 티 안 나도록 소리 죽여 울었다.
엄마 아빠는 과연 속으로 어떤 마음이셨을까.
어릴 때 가족여행을 가러 공항에 갈 때면 수화물 수속과 체크인을 아빠가 도맡아 하셨다.
늘 아빠가 하시던 일이어서 그때는 어렵고 복잡하게만 보였는데 이제는 나 혼자 스스로 하는 것도 별거 아니지만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커가는 자식들을 보면서 우리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 들까 또다시 궁금해졌다.
호주는 한국과 반대로 여름이니까 수화물을 부치기 전에 엄마가 준 겨울 패딩과 또 엄마가 준 스카프를 벗어서 캐리어에 넣었다. 크고 나서는 엄마랑 함께 공유하는 게 많아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엄마의 흔적이 묻어있다.
아빠의 표정이 내내 어두웠다. 왜인지 아빠가 말씀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게이트로 들어가기 전 찐하게 포옹하고 그제야 아빠가 말씀하셨다. 우리 딸 미안하고 많이 사랑한다고.
우리 아빠 바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혼자서 실컷 우려고 했는데 들어가기도 전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아빠랑 엄마도 눈시울이 붉다.
이 당시를 떠올리면서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지금은 호주에 있는 나도 행복하고 내가 진심으로 행복한걸 엄마 아빠도 잘 아시니까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