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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oon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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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Jan 27. 2020

번호 해지

 떠나는 전날에서야 중학생 때부터 10년도 넘게 써왔던 핸드폰 번호를 해지했다. 1년 이상 머물 생각을 하고 유럽으로 갈 때에도 해지가 아니라 일시 정지를 해서 내 번호를 유지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아예 해지를 했다.


 오랫동안 내 고유한 전화번호였다가 이제는 새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전화를 걸어도 아예 없는 번호가 되어버렸다. '안녕하십니까.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 다시 확인하시고 걸어주십시오.'라는 자동 메시지를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번호가 사라져도 다른 SNS를 통해 사람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수는 있으니 불편한 건 딱히 없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이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의 내 존재가 좀 더 희미해지는 대신에 호주에서의 내 존재는 좀 더 분명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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