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문이 닫히고 나서는 눈물도 순간 뚝 그쳤다.
그동안엔 충분히 감상에 젖어있었으나 이제는 정말 혼자 헤쳐 나갈 길만 남았으니까.
쇼핑에는 원체 별로 관심이 없어서 늘 탑승 전까지 남는 시간 동안 주로 하는 건 가족들이나 친구들이랑 한국에서의 마지막 연락.
가기 전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한가득 받은 응원을 마음에 담고 비행기에 오른다.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막상 떠나고 나면 그때부터는 정말 두려움이나 불안함 대신 설렘이라는 감정으로 서서히 가득 차 오를 거라는 걸 경험을 통해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정말로 그 나라 땅을 밟고 나서부터가 나에겐 진짜 설렘의 시작이지만 그 사이 동안에도 새로운 여정에 대한 흥분감이 점점 더 고양되는 게 가슴으로 느껴지곤 한다.
정말 이렇게나 감정에 그때그때 충실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
보통 기내에서는 풍경 감상, 영화 보기, 글 쓰기, 생각, 먹기 등등 다양한 걸 하며 시간 보내느라 아무리 오랜 비행이라도 지루함을 전혀 못 느끼는 나인데 전날 밤 잠을 거의 못 잔 탓에 탑승하자마자 기절해버렸다.
좀 더 어릴 땐 비행기에 올라타서도 말 못 할 감정에 울음이 터지기도 했는데 머리가 더 커지긴 한 모양이네.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프르에서의 환승 대기시간까지 합쳐서 총 24시간 하루가 꼬박 걸려 호주 골드코스트에 도착하지만 나는 오히려 직항보다 환승하는 걸 좋아한다.
유럽에서는 40시간이 걸려 기차나 버스를 타기도 했는데 하루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