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하는 비행기의 좁은 창문으로 쿠알라룸푸르의 야경이 얼핏 보인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제대로 놀러 올게.
까만 하늘에 총총 박혀있는 별들도 보인다.
하늘 위에서 보는 별이라 왠지 더 예쁜 것 같다.
호주에서는 훨씬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겠지. 그것 자체로도 설렌다.
골드코스트 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해안선과 녹색 육지의 조화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카메라로 담고 싶었는데 눈으로밖에 담지 못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야경과 별들을 찍으려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 탓이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약간 좋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다가 되려 훨씬 좋은 것들을 놓치는 경우들.
때에 따라서는 미련 없이 마음을 비우고 놓을 땐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의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주로 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니까.
호주 시간으로 오전 10시 반쯤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안까지 들어가는 그 짧은 길을 걷는데,
완벽하게 예쁜 하늘, 완벽하게 딱 좋은 기온, 완벽하게 선선한 바람.
모든 게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완벽한 바람에 호주 땅을 내 두발로 밟자마자 몰려오는 행복감에 이건 현실일까 현실이 아닐까마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잘했어 민달아,
모든 고난과 역경을 뚫고 여기에 오기까지 용기 낸 나 자신에게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