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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oon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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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Jan 31. 2020

안녕, 호주

이륙하는 비행기의 좁은 창문으로 쿠알라룸푸르의 야경이 얼핏 보인다.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제대로 놀러 올게.

까만 하늘에 총총 박혀있는 별들도 보인다.

하늘 위에서 보는 별이라 왠지 더 예쁜 것 같다.

호주에서는 훨씬 더 많은 별들을 볼 수 있겠지. 그것 자체로도 설렌다.


골드코스트 공항에 착륙하기 전에 위에서 내려다보는 푸른 해안선과 녹색 육지의 조화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카메라로 담고 싶었는데 눈으로밖에 담지 못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야경과 별들을 찍으려다가 핸드폰 배터리가 나간 탓이었다.

아쉬움이 가득한 채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겠지. 약간 좋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다가 되려 훨씬 좋은 것들을 놓치는 경우들.

때에 따라서는 미련 없이 마음을 비우고 놓을 땐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알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의 미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주로 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니까.


호주 시간으로 오전 10시 반쯤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안까지 들어가는 그 짧은 길을 걷는데,  

완벽하게 예쁜 하늘, 완벽하게 딱 좋은 기온, 완벽하게 선선한 바람.

모든 게 내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도 완벽한 바람에 호주 땅을 내 두발로 밟자마자 몰려오는 행복감에 이건 현실일까 현실이 아닐까마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잘했어 민달아,

모든 고난과 역경을 뚫고 여기에 오기까지 용기 낸 나 자신에게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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