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날
오늘은 아침 6시 15분에 집을 나섰다. 매번 지키지 못했지만 목표로 하던 그 시간이었다. 입을 옷도 가지런히 두고, 사과도 전날 깎아뒀다. 수영 준비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머리를 감고 있는데, 저번에 수영복을 입혀주셨던 아주머니를 또 만났다. J는 옆에서 그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수영복에 비누 거품을 묻히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J가 하는 게 답답하셨나 보다. 거품이 그렇게 적으면 안 된다며, 본인 몸을 닦던 거품망을 J 수영복 위에 비벼 거품을 내주셨다. 뒤따라 수영복에 거품을 내던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슬며시 비누 양을 추가했다.
나중에 J가 전하길 젊은이들이 조용해서 마음에 든다고 아주머니께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둘 다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타입이긴 하지.
수영복에 비누를 묻혔더니 힘들이지 않아도 다리가 쑥 들어갔다. 잘 들어갈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매끄러워 놀랐다. 이제 우리의 걱정은 수영복과 몸 사이에 있는 비누를 어떻게 깨끗이 씻어내느냐였다. 수영복이 피부에 닿아 있어서인지 비누가 씻겨지는 게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영복이 방수인 것도 아닌데 수영복 겉에서 물을 뿌리면 안이 안 닦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수영복 안으로 구석구석 물을 흘려 넣어 보냈다.
강사는 조금 된다 싶으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며 가르쳤다. 나는 나와 잘 맞지 않더라도 강사의 방법을 따르고 존중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강사의 스타일은 나와 잘 맞기도 했다. 새로운 걸 시킬 때 늘 약간의 원망이 생기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수업에서는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수업 중에 강사를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 생긴다면, 수업이 끝나고 그 강사를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1월에 처음 온 사람들은 라인의 ¼ 정도의 공간을 따로 썼다. 잘하는 사람이 발장구 두세 번만 치면 닿을 법한 거리였다. 그 경계는 빨간색 킥판과 파란색 킥판으로 만든 고깔로 표시되어 있었다.
잘하는 그룹과 못하는 그룹이 따로 각자의 구간을 왔다 갔다 하며 연습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못하는 구역이 계속 좁아졌다. 잘하는 그룹의 사람들이 스타트를 우리 구역 쪽에서 하는 탓이었다. 좁은 데서도 한번에 끝까지 수영하지 못하고 멈춰야 했지만 우리 구역이 줄어드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기요! 초보 중에 잘하시는 분들, 저희도 수영이란 걸 하고 있다고요!
자유형 동작을 몇 단계로 끊어 연습했는데, 옆으로 가는 동작을 연습할 때 특히 코에 물이 많이 들어갔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영락없이 왼쪽 코로 물이 스며들었다. 콧볼이 2mm만 작았어도 물이 안 들어왔을 것처럼 아주 적은 양이 자꾸만 코 안으로 스며들어왔다. 그래서 콧볼이 조금만 더 작았으면 하는 잠깐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물론 진심은 아니었다.
코에 물이 들어오는 것 자체보다도 자세가 점점 이상해지는 게 문제였다. 코에 물이 안 들어오게 하려고 자꾸만 고개가 삐죽하니 나왔고, 숨이 너무 찼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 폐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싶다.
한 바퀴 돌고는 줄 서서 다시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못하는 그룹의 사람들도 다들 괜찮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J에게 물었다.
“오늘이 수영 완전 처음이라는 사람 포함해서도, 내가 제일 못하지?”
J는 대답하기 난감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 응.”
나는 더 묻지 않고 킥판을 부여잡았다.
이 넓은 수영장의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제일 못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코에 물을 주러 수영장에 입수했다.
#수영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