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일기: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영을 했다

네 번째 날

by 잼써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일어나는 것도 너무 힘들었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J도 겨우 일어나는 거 같았다. 비슷한 음식을 먹고, 비슷한 시간에 잠들어서인지 컨디션도 J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수영장을 가는 것만으로도 벅차 서로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이 횡단보도 바로 앞인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초록불이 켜졌다. 건너기 위해 뛰어가는데, 얕은 주머니에 간신히 담겨 있던 휴대폰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J의 발길에 차여 땅바닥에 바로 떨어지진 않았는데, 횡단보도를 따라 앞으로 슬라이딩했다.


횡단보도_폰.png 아직 살아 있습니다


살펴보니 화면에 흠집이 2mm 정도 나고, 잘 되는 것 같았다. 사용하면서 몇 번 떨어뜨렸지만, 당장 배터리라도 폭발해야 할 거처럼 처참하게 떨어져도 멀쩡한 핸드폰이었다. 이렇게 몸과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데, 핸드폰까지 망가져 버렸다면 배터리가 아니라 내가 폭발해 버렸을 거다.


화목반을 듣는데, 월수금 반으로 옮기는 게 어떨까 하는 얘기를 J와 종종 했다. 몸으로 익혀야 하는 운동인데, 일주일에 두 시간은 무언가를 익히기에 너무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말이 두 시간이지, 실제 수업 시간은 50분이고, 준비 운동에서 5분 정도 빠지고,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대기하는 시간도 상당했다.


그런데 그 고민을 더 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월수금은 개뿔..

수영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라!!(누구한테..?)


이번에도 왕초보 구역을 나누고 자유형을 몇 단계로 끊어서 연습했다. 전 수업에서는 왼손은 킥판에 올려두고 오른손은 허벅지 쪽에 붙여서 발장구만 쳤는데, 이번에는 팔을 젓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나는 상체 활동을 조금만 해도 어깨가 자주 아파져서 그동안 팔힘이 약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팔을 돌리니까 몸이 앞으로 쑥쑥 나갔다. 발차기만 할 때는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뒤로 밀리는 느낌까지 들기도 했는데 말이다. 추진력이 팔 80%, 다리 20% 정도 되는 느낌. 다리 역할이 20%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숨을 쉴 때 입이 수면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계속 거북이처럼 목을 빼게 되는데, 팔을 돌리자 속도가 붙어 입이 좀 더 수면 밖으로 나왔다. 물론 거북이 신세를 온전히 면한 건 아니다. 긴 목 거북이에서 짧은 목 거북이로 바뀐 정도?


오른 팔만 젓는 연습을 하다가 나중에는 왼팔도 저었다. 왼쪽 팔을 저을 때는 얼굴을 물에 담그고 음~을 하는 타이밍이다. 그런데 왼쪽 팔을 돌리니까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부드럽게 가는 게 아니라 팔이 돌아가다가 어느 순간 따닥 걸리고 그게 지나서야 다시 돌아가는 느낌. 어깨가 자주 아픈 게 ‘따닥’을 만들어내는 어떤 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숨을 쉬다가 코로 물이 종종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코로 조금 숨을 쉬기 때문이라는데, 물밖에서는 비염 때문에 자꾸 입으로 숨 쉬게 되는데 물속에서는 왜 또 코로 숨을 쉬려고 하는 건지... 입으로만 온전히 공기를 들여 마시는 건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서 그런 거 같다. 입으로만 숨을 마신다고 생각해도 코로 들어가는 공기가 조금은 있다.


이번 수업은 동작을 디테일하게 잡아주기보다는 뱅뱅 돌면서 연습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았다. 짧은 간격을 두고 계속 입수를 했는데 내 앞에 간 사람은 빨리 가고,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나를 쫓아오니 한시도 쉬지 않게 계속 돌았다. 컨베이어 벨트 위의 물건이 된 듯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돌고 돌았다.


얼굴, 팔, 다리 신경 쓸 게 많아서 정신이 혼미해져 갔다. 다리에 신경 쓰면 다리가 더 이상해지고, 팔에 신경 쓰면 팔이 더 이상해졌는데, 원래 전부 이상해서 신경을 집중하는 곳마다 이상해지는 거 같기도 했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역시 못했다. 그런데 컨디션은 오히려 좋아졌다. 기분이 나아진 것뿐 아니라 팔과 다리가 무겁게 저리던 느낌도 없어지고, 오히려 몸이 가벼워졌다. 몸이 아주 안 좋지 않은 한, 운동을 하면 컨디션이 좋아지는 거 같다. 컨디션이 나쁘면 운동을 못하는 게 아니라, 컨디션이 나쁘면 운동을 해야 하는 느낌.


이번만큼은 이 생각을 안 하게 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월수금 반으로 옮겨야겠다!



#수영일기 #수영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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