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일기: 왼팔이 잘 안 돌아가

수영 기초반 이야기, 첫 달 수업

by 잼써

초보반 수업이 시작한 지 2주 지나자 더 이상 왕초보반이 나뉘어 운영되지 않았다. 이날이 생애 첫 번째 수업이든, 몇 개월째 온 사람이든 다 같은 '일반' 초보로 함께 수업을 받아야 했다. 그 말인즉슨, 갑자기 깊어지는 곳 근처까지 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멋모르고 갔다가 발이 안 닿았던 그곳. 나는 왠지 긴장이 되었다.


왕초보반이었던 다른 회원이 강사에게 정확히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물었다. 강사는 두 번째 깃발이 있는 곳쯤이며, 가 보면 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가 봐도 몰랐던' 입장에서 강사의 말에 조금 의심이 들긴 했다. 아는 사람만 보이는 걸 수도 있는 거니까. 뭐든 잘 알고 잘하는 사람들은, 초보자의 입장을 잊어버려서 말은 쉽게 한단 말이다.


그런데 웬걸... 직접 가 보니 깊어지는 곳이 정말 티 나게 구분이 되어 있었다. 턱도 꽤 높이 올라와 있었고, 갑자기 깊어지는 곳과 아닌 곳의 바닥은 단차가 커서 눈에 잘 띄었다.


깊어지는 곳.png 깊어지는 곳


이걸 몰랐다니 좀 어이가 없었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때는 얼굴을 물에 안 담그고 발차기만 하고 갔었던 것 같았다. 정말 그랬던 건지는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믿기로 했다.


강사가 음파하 호흡법을 알려줄 때 아주 큰소리로 들려줬지만, 사람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호흡할 때는 음파하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겠지 했는데, 소리를 내지 않으면 코로 물이 들어가거나 숨이 더 잘 안 쉬어졌다. 그래서 나는 '음.파.하'를 글자 그대로 굉장히 크게 소리 내어 숨을 쉬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으으으으음~~~!!!! 퐈아아~~~! 하핳!!!!


정도의 느낌.


수영을 하다 보면 코에 물이 조금씩 들어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바로 일어났는데, 그러면 길게 가지 못할 거 같아 코에 물이 들어가도 멈추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코에 물이 들어가면, 그다음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갑자기 까먹고, 그래서 수영을 멈추고 일어나게 되었다. 코에 물이 들어갔기 때문에 멈추는 게 아니라 코에 물이 들어가는 순간, 다음 숨을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고 결국 리듬이 깨져 숨을 못 쉬고 일어난다.


숨도 숨이지만 가장 고질적으로 안 되는 게 왼팔이었다. 왼팔이 계속 축구공에 바람 빠져 한쪽이 찌그러진 것 같은 라인을 그렸다. 그런데 이 왼팔이 물 밖에서 똑바로 서 있을 때도 잘 안 돌아갔다. 왼팔이 아름다운 동그라미를 그릴 수 없게끔 생겨 먹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영에 관한 여러 정보를 검색, 유튜브 등등으로 모으던 J가 한 말이 떠올랐다. "왼쪽으로도 숨 쉬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 나는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강사는 자유형을 가르쳐줄 때, 오른쪽으로만 숨 쉬게 알려주었다. 왼쪽 팔을 움직일 때는 머리를 담그고 있다가, 오른쪽 팔을 움직일 때 고개를 돌려 숨을 쉰다. 그런데 왼쪽으로도 숨을 쉰다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그렇다면 왼쪽으로 숨을 쉬지는 않더라도, 왼쪽 팔을 돌리며 몸도 살짝 따라가며 돌리면 어떨까?


오른쪽 팔이 잘 돌아가는 건, 오른팔을 더 자주 쓰고 원래 더 잘 돌아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숨을 쉬려면 자연스레 몸이 살짝 오른쪽을 향하게 되기 때문도 있었다. 그러면 정면을 유지한 채 팔을 돌리는 것보단 좀 더 자연스럽게 잘 돌아갔다.


그래서 나는 왼팔을 돌릴 때도 오른팔을 돌릴 때와 비슷하게 했다. 그렇게 몇 번 나아갔더니, "이거다!" 싶은 순간이 왔다. 물론 그렇다고 괜찮은 폼이 된 건 아니었지만, 분명 이런 변화가 잘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한 번의 수영을 끝내고, 줄을 서서 강사가 자세를 봐주는 걸 기다렸다. 나는 그 느낌대로 수영을 해 나갔다. 그런데 그 변화를 강사도 눈치챈 건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킥판 빼고 하세요."


헐!!

이제부터 킥판을 빼고 자유형 한다. 진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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