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날
새벽부터 비가 많이 왔다. 급작스레 날씨에 대비하려다 보니 예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부랴부랴 사물함 안에 패딩, 가방, 우산까지 집어넣었는데, 물건이 한 개라도 더 있었다면 전부 집어넣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수영복을 입는 것도 익숙지 않았다. 샤워로 물에 젖은 몸에 수영복을 입으려니 잘 안 된다. 힘이 약한 J가 수영복에 팔 끼우기를 계속 실패해서 우선 J가 수영복을 입는 걸 먼저 돕기로 했다. 수영복을 힘껏 잡아끌어 J의 팔을 껴주려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어떤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비누를 묻혀서 입어야 잘 입어지지.”
우리는 온탕 계단에 고인물 포스로 앉아 계신 아주머니를 돌아봤다.
비누를 묻혀서 수영복을 입는다는 소리는 듣긴 했다. 그런데 수영복과 몸 사이에 비누가 있으면 비누기가 잘 안 빠질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시도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뭔가 더 나은 걸 시도해 보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직 샤워하는 것만으로도 우왕좌왕이다.
그 아주머니는 비누를 묻혀야 잘 미끄러지고, 수영복을 늘리지 않아 수명도 늘어난다며 수영복을 입을 때 비누가 필요한 이유를 과학적, 경제적인 면으로 설명해 주셨다.
친절한 달변가인 아주머니의 말에 이미 넘어간 상태기도 했고, 조언에 부응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어서 비누를 이용해 수영복을 입기로 마음먹었다. J는 수영복을 다 입었지만, 나는 아직 수영복을 하체에만 걸친 상태였다.
폼 비누를 손에 덜어 몸에 묻혔는데, 부족했나 보다. 아주머니는 가지고 있던 거품망에 비누를 묻혀서 거품을 내시더니 내 수영복 안으로 손을 넣으셨다.
“으앗!”
양쪽 엉덩이를 쭉 훑으면서 비누 거품을 묻히고는 수영복을 끌어올려 입히셨다. 다 올리시고는 가운데 수영복 줄까지 엉덩이골 정가운데에 오도록 잡아주셨다. 나는 어벙벙하니 감사하다고만 했다.
이번에는 수영복 관리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준비가 끝난 J는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나는 서둘러 머리를 묶었다. 첫날과 같은 상투 머리를 하자, 아주머니가 나서셨다.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러면 모자가 금방 벗겨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을 필요도 없었다. 아주머니는 샤워기 아래로 내 머리통을 밀어 넣어 머리카락에 물을 묻히셨다. 물줄기로 머리칼을 차분하게 모으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얼굴에는 물 한 방울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이후로도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대로 머리를 묶는데, 아직까지도 물줄기에 머리카락을 넣으면 얼굴에 자꾸 물이 들어온다.
그러고 나서는 나를 회전시키더니(정말 말 그대로 잡고 돌리셨다) 머리를 묶기 시작하셨다. 첫날 수영장에서 머리끈을 잃어버려 아주 얇은 까만 고무줄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로 쭉쭉 늘려가며 아주 잘 묶어주셨다. 아주머니는 마지막으로 수영 모자까지 깔끔하게 씌워 주셨다.
순식간에 상투 튼 도망자 스타일에서 스튜어디스 머리가 되었다. 아주머니의 서포트 덕에 우리는 수업에도 늦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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