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일기: 코로나 후 수영장 재오픈
두 달의 공백, 수영 수업 다시 시작
코로나로 수영을 두 달 쉬었다.
수영장이 다시 개장한다고 문자가 왔을 때, J와 나는 공포심에 오들오들 떨었다. 수영장을 다시 갈 수 있다고 기뻐할 만큼 수영과 친해지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J는 힘들까 봐 걱정했다. 중급반에 올라간 후 체력이 달려 힘들어했다. 중급반은 어떤 영법이든 수영 자체를 많이 시켜서 수업이 끝나면 J의 두 볼은 호빵맨처럼 벌게져 있었다.
나는 겨우 배운 자유형을 완전히 잊어버렸을까 봐 걱정했다. 평영은 뭐 한 것도 없었으니 과거의 기억이 없어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했다. ‘무릎이 아프고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 담긴 평영 이미지는 이게 다였다.
무엇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둑한 길을 뚫고,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과정을 다시 시작하려니 눈앞이 깜깜했다… 두 달 전에 어떻게 다녔는지 이렇게 생산적이고 멋진 과거의 내가 낯설고 어색했다. 이번에는 왠지 정말 못할 거 같고, 정말 힘들 거 같았다.
복귀에 대한 고민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코로나 유행 초반부터 열측정기를 들여놨다. 자체적으로 방역을 한다는 문자도 주기적으로 보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에도 탈의실 등이 매우 깨끗한 편이었고 관리를 나름 잘하는 편이긴 했다. 그렇긴 해도 코로나가 워낙 무서운지라 복귀를 할 때 고민이 되었다. 지금 다시 시작할까, 코로나가 잦아들길 좀 더 기다려 볼까.
코로나 때문에 집밖을 잘 나가지 않게 되면서, 교도소 생활이 왜 벌의 일종인지 체감했다. 그 전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꽤 괜찮은 시설에서 밥 먹여줘, 규칙적인 생활하게 해 줘, 친구(?)도 있어.. 나쁜 짓을 벌인 대가로 너무 관대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괴롭긴 하겠구나 싶었다.
코로나가 한창때 나는 거의 회사-집만 다녔고, 본가에도 잘 가지 않았다. 평소의 루틴도 회사-집에 이벤트 몇 개 정도만 추가될 뿐이지만 집순이인 나도 이 생활이 상당히 힘들었다. 술, 담배, 유흥, 모임 인간을 즐겁게 한다고 알려진 것들을 안 하는데, 수영이라도 해야겠다. 여러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개장 후 첫 수업
전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아침을 걱정을 했는데 일찍 일어나는 게 별로 힘들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아침은 많이 밝아져 있었다. 내가 쉬는 동안 해는 부지런히 떠오르는 시간을 당겨놨다. 나는 겨울을 몹시 싫어해서 겨울이 다가온다 싶으면 살짝 우울해지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추위도 추위지만 어둠 때문이 컸다. 그런데 예상보다도 밝은 아침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수업에는 역시나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자주 오시던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내색하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뵈니 반가웠다.
사람도 적으니 좀 더 힘든 수업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그리고 자유형은 하나도 안 까먹었다. 요가는 한 달만 쉬어도 유연성이 엄청 떨어져서 힘든데, 수영은 두 달 전에 비해 역량이 많이 떨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비축해둔 에너지로 오히려 좀 더 잘 나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느낌은 잘못된 거였다는 걸 나중에 깨닫게 된다...ㅋ)
자유 수영
수영장은 연휴를 앞두고 개장을 해서, 화요일 수업 / 목요일 쉼 / 화요일 쉼 / 목요일 수업의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수업을 두 번이나 빼먹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복귀를 미루면 두려움만 더 커질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배울 게 너무 많아 배움 자체보다는 몸을 물에 오래 담그면서 배운 걸 소화하고 체득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수업은 쉬지만 수영장은 문을 열었기 때문에 자유수영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수업이 쉬는 날 J에게 집중 강습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몸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치트키를 좀 썼다.)
목요일과 화요일, 두 번 연속 자유수영을 다녀오면서 수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전부 떨칠 수 있었다. 평영은 역시 안 됐지만, 수영하는 게 일상이던 생활로 아주 빠르게 돌아갔다.
수영을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하면 또 두려워할 거 같지만(코로나 때문에 수영을 언제든 급작스럽게 못하게 될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뭐... 그때도 또 오들오들 떨면서 다시 시작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