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 -> 걷기 -> 스쿼트의 흐름
being 몸치, being 초보임을 감안하더라도 발차기는 너무 느렸다. 어떤 영법을 하든 속도는 거의 팔 힘으로 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발차기만 하는 배영을 하는 순간이 오면 한숨부터 나왔다.
배영 때 열심히 차면 발 끝이 땅에 닿아버리고, 가라앉지 않을 만큼만 발을 차면 추진력이 미약하고 미약해, 바로 뒤에서 배영으로 오시던 분이 내 품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프리허그 오픈)
그래도 다리를 띄우는 게 먼저다 싶어서 발차기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세게 했다. 뒤에 오는 분이랑 부딪힐까 봐, 가라앉을까 봐, 코에 물이 들어갈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되게 치열하게 수영하고 있는데, 겉보기에는 무기력하고 게을러 보였다. 배영이라기보다는 낙엽에 붙은 개미가 발차기하는 것 같은 ‘나뭇잎 뜨기 배영(feat.개미)’ 느낌이었다.
강사는 배영할 때 발차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배영을 제대로 하고 나면 허벅지가 아파서 계단 오르기가 힘들 정도라고 했다.
그 정도로 세게 발차기를 해야 한다고?!!
추진력을 받을 정도로는 강하게,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그 중간점을 찾고 있었던 나는 좀 충격을 먹었다. 그 정도로 세게 발차기를 하려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었다. 뭔가 다르게 해야만 해.
배영으로 발차기를 하려면 뒷 허벅지 힘이 중요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차는 힘이 아무리 강해 봤자 정강이의 힘을 받는 물의 양은 수면 아래쪽보다 적을 테니 말이다. (물론 다리가 물 위에 충분히 떠 있다는 전제하에...)
뒷 허벅지에 어떻게 힘을 주면 좋을지 생각해 보기 위해 평소 걷는 모습을 신경 써 보기로 했다. 땅 위에서 보폭을 조금 더 길게, 뒷 허벅지에 의식적으로 힘을 줘서 걸어 봤다.
그런데 뒷 허벅지에 힘을 실어서 걷는 게 상당히 어색했다. 그동안 나는 걸으면서 뒷 허벅지를 잘 쓰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만 많이 내밀고, 뒷 허벅지의 힘을 충분히 싣지 않은 채 걸었었다.
나는 약간 팔자걸음이다. 옛날에는 '여자답지 못하게 걷는다'라고 잔소리를 많이 들었던 거 같은데, 시대가 변해서인지 내 덩치가 커져서인지 요즘에는 걸음걸이에 대한 지적은 잘 받지 않았다. 그래도 걸음걸이가 어색하고, 그로 인해 허리가 좀 어픈 것 같다는 건 느꼈다. 그래서 가끔 나도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를 하고 싶다는 뽐뿌를 받으면, 걸음걸이를 교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웃긴 건 팔자로 걷는 걸 고쳐보겠다고 의식적으로 걸으면 꼭 J가 ‘너 걷는 거 왜 이상하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거다. 물론 나도 '잘 걷겠다'라고 노력하기 전보다 더 어색하다는 건 알았지만, 아직 익숙하지 못해서 자연스럽지 않아서 삐그덕거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의식하고 익숙해지다 보면 이 삐그덕 걸음이 당당한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걸음의 어색함의 이유 중에는 뒷 허벅지의 힘이 부족하고 잘 쓰지 못한 게 큰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뒷 허벅지의 힘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을 찾아봤다. 그리고 스쿼트를 시작했다.
스쿼트는 전에도 몇 번 시도하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무릎이 아파서 그만뒀다. 허리, 무릎, 어깨는 조금만 무리를 해도 매우 아파졌었다. 그런데 다시 시작한 건 믿을 만한 구석이 좀 있었기 때문이다. 몸 천재 J도 있고, 유튜브도 있었다.
스쿼트 이렇게 하세요!
무릎 아작 내는 스쿼트, 절대 이렇게 하지 마세요!
초보자라면 꼭 알아야 할 스쿼트 방법
등등 스쿼트 초보자들을 현혹하는 영상은 매우 많았다. 영상마다 하라, 하지 마라는 것도 달랐다. 어디서는 다리를 조금 더 많이 벌리라고 하고, 어디서는 어깨 넓이까지만 벌리라고 하고 등등…. ('내가 맞고, 다른 유튜브는 틀리다'라는 주장만큼은 같았다.. ㅋㅋ)
우선 눈에 보이는 것부터 틀어보고 시도해 봤다. 며칠 후 무릎이 아프면, 그 방법을 그만두고 다른 영상을 봤다. 또 시도하고, 또 무릎이 아프고, 또 새로운 영상 찾고... 이제 무릎 아프지 않고 스쿼트를 할 수 있겠다 싶을 때까지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는 걸린 것 같다. (물론 매일매일 너무 열심히 한 건 아니었고,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거…)
매일매일 개수를 정해두고 하는 건 지겨울 것 같아서 그냥 생각날 때마다 했는데, 스쿼트의 매력에 빠져 꽤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 스쿼트는 활력을 회복해 주는 운동이었다. 허벅지가 약간 아플 정도로 운동을 하고 나면(엄살이 많아서 많이도 못함) 게임 캐릭터가 체력 회복 아이템이라도 먹은 듯이 즉각적으로 활력이 생겼다.
'와 진짜 할 일 많은데 다 하기 싫고 너무 무기력하다'라는 생각이 들면, 스쿼트를 하면 됐다. 그러면 아주 작은 거라도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번에는 ‘걷는 모습’, ‘팔자걸음’을 고치려고 하지는 않았다. 수영을 꾸준히 하고, 뒷 허벅지 근육을 기르기 위해 스쿼트를 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걸음걸이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는 느낌이 왔다.
그래서 J에게 "나 걷는 모습 많이 괜찮아졌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내 걸음 모양을 의식하지 못했던 듯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응"
아주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