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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일기) 좌충우돌 다이빙 수업

깊은 물도 이제 두렵지 않아!

by 잼써

다이빙은 중급반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업한다. 중급반에 올라온 지도 이제 석 달이 넘어가니 다이빙 횟수도 좀 되었다. 그런데 다이빙만큼은 실력이 1도 늘지 않았다. 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퇴보했다. 친구 J가 나에게 다이빙을 왜 더 못해졌냐고 했으니 퇴보했다는 것이 엄살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다이빙을 더 못하게 된 이유가 뭔지는 대략 짐작이 간다. 처음에는 대기 자세를 취할 때 무릎을 편 상태로 있다가 다이빙해서 들어갔는데, 이제는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로 대기한다.


무릎을 펴고 대기하는 건 초보자용 자세기 때문에 지금의 자세가 더 옳긴 하지만, 다이빙 초보에게는 초보자용 자세가 좀 더 나은 결과를 주는 것 같았다.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에서 대기하다가 점프하는 순간에는 무릎을 펴고 들어가야 하는데, 나는 무릎을 굽힌 상태 그대로 들어가곤 한다.


다이빙 순서를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 '봉을 넘어가듯이, 발끝에 힘을 줘서 밀고, 배꼽을 바라보고...' 등등을 생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내 차례가 되면 비장하게 다이빙을 시도하는데 물에 퐁당~ 빠지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니 강사가 내 포즈를 따라 하면서 물에 빠지는 걸 보여주었다. 뭔가 다소곳이 품에 안기듯 물안으로 들어가더라. 자세를 보니 우스워서 나도 웃어 버렸다.


강사님 다이빙.png 강사의 문로보식 다이빙




찰나의 순간


수영을 할 때마다, '이번에는 팔 굽히는 걸 신경 써야지', '이번에는 고개 타이밍을 신경 써야지' 하면서 주로 신경 쓰는 부분을 생각하면서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간다고 하더라도, 처음 한두 번의 스트로크는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스노클을 꼈는데도 숨을 쉬려고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접영을 해야 하는데 자유형 팔을 돌리기도 하는 등의 실수가 생기는데, 스트로크를 몇 번 하면서 안정을 찾는다.


그런데 다이빙은 물로 떨어지는 딱 한 번의 순간이 잘못되면 끝이다. 물에 떨어지는 시간도 너무 짧아서 내가 어떻게 다이빙했는지 인지가 잘 안 된다. 배에 느껴지는 아픔(배치기)과 물안경이 얼마나 삐뚤어졌는지로 대략 결과를 가늠할 뿐이다.


내 다이빙 실력이 너무 나아지지 않으니, 강사가 나한테 또 물이 무섭냐고 물어봤다... 혹시 내가 다이빙을 잘못해서 1.8m 깊이의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진 않을지 약간의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물이 무섭지는 않다. 못 미더워했던 코스로프에 대한 신뢰도 생겼고 해서.




믿을만한 코스로프


다이빙을 할 때 가장 두려워했던 점은, 물안경이 벗겨지거나 물안경 안에 물이 들어왔을 대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깊은 곳에서 다이빙을 연습하기 때문에, 물안경이 벗겨져도 제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다. 물이 가득 찬 채로 어설프게 벗겨져 시야를 가리고 있는 물안경을 쓰고 더듬더듬 안전한 곳까지 가야 한다.


이때 코스로프를 잡으면 되기는 하는데, 어떻게 잡는지 몰라서 잘못 잡았다가 원숭이처럼 매달려져 물고문을 당한 적이 있었다. 다이빙 수업은 한 명씩 물에 뛰어들고, 나머지 사람들은 구경하기 때문에 물을 먹는 한이 있어도 원숭이 자세를 다시 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코스로프는 의외로 부력이 강했다. 코스로프에 겨드랑이를 걸면 안정적으로 머리를 물밖에 둘 수 있다.


옆라인에서 어린 학생들이 따로 수영을 배우는데(우리보다 훨씬 잘함), 깊은 물 쪽에서 대기하던 학생들이 하나 같이 팔을 한쪽 코스로프를 걸고 평화롭게 물에 떠 있었다. 그대로 맥심 커피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스 찍어 먹어도 안 흘릴 거 같은 안정감...


그걸 보고 나니 코스로프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어떻게 이용하는지도 알았다. 이제, 다이빙 실력을 키우는 일만 남은 거 같은데... 그날은 언제쯤 올까...?


아기들 수영장.png 줄지어 서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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