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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일기) 아주 쪼끔 늘었다, 다이빙

by 잼써

중급반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기존의 회원들 실력이 엄청나 보였다. 특히 다이빙대에 올라가서 아무 망설임 없이 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볼 때면, '나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이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도 조금씩 눈이 높아지면서 괜찮은 다이빙과 조금 부족한 다이빙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외로 다이빙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나처럼 논에 일하러 들어가듯 쭈그렁 자세로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이빙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건, 나뿐이 아닌 것 같다.

다이빙 수업이 있을 때마다 대여섯 번은 뛰는 것 같은데, 동작이 매번 비슷하다. 중급반 사람들에게 조금 더 익숙해진다면 다이빙을 하는 실루엣만 보고도 누군지 맞힐 수 있을 것 같다. 배치기를 하는 사람은 자주 배치기를 하고, 발을 뒤로 젖히는 사람은 자꾸 발을 뒤로 젖힌다.


수영을 할 때는 내 거 하느라 정신없는데, 다이빙을 할 때는 차례를 기다리면서 남의 다이빙을 자세히 보게 된다. 그러면서 '에고... 또 배치기 했네.'라는 생각이 드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 다이빙을 보면서 용기를 많이 얻을 것 같다. ㅋㅋ


다이빙도 잘하고 싶은데, 실력은 정말 하나도 늘지 않았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은 발을 떼는 떨어지는 순간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린다. 내가 어떻게 뛰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다이빙 순간은 너무 짧다.


하도 답답해서 다이빙 수업 전날이면 허벅지 안쪽에 힘을 줘서 뻗으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내일은 기필코 다리를 쭉 뻗겠다!"라는 각오를 다지면서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부질없었다... 다이빙의 그 짧은 순간을 잡아채기가 어려웠다.






한 번은 무릎을 바닥에 대고 다이빙하는 걸 시도하게 되었다. 다이빙대에 오를 수 있는 사람들도 전부 이 자세를 시켰다. 다이빙대에서 뛰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뛰게 되다니. 퇴보한 것처럼 보이는 이 자세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매번 비슷하게 뛰는 것 같은 회원들도, 다른 자세가 되었던 것이다. 더 좋든 아니든 '달라졌다'는 게 중요했다. 특히 배치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큰 것 같았다.


약간의 설명도 들었는데, 엉덩이를 위로 올린다는 느낌으로 뛰라고 했다.


원래 제대로 된 다이빙이 되려면 '머리부터' 바닥에 떨어져야 한다. 살면서 늘 소중히 여겨(?) 오던 머리를 위험한 곳으로 먼저 보내야 한다는 점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었는데... (결과적으로 같은 거지만) 머리를 '아래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를 '위로' 올리는 거라고 생각하니 좀 덜 무서워졌다.


이번 다이빙은 엉덩이에 집중하자!

슈퍼마리오에서 물음표 블록을 엉덩이로 치겠다는 느낌으로 물속으로 들어가자!


무게 중심이 앞으로 기울어지고, 풍덩~ 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슈퍼마리오-브런치4.gif


물의 소음, 보글거리는 물방울, 눈앞에 보이는 익숙한 타일 패턴.


정신을 차리고 보면 물에 빠져 있는 다이빙은 변함이 없었지만, 물로 들어갈 때 조금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웠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배도 따갑지 않고, 엄지발가락도 아프지 않고. 수경이 물에 뒤집어지지도 않았다.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기에 J에게 가서 내 다이빙을 봤냐고 물어봤다. J도 조금은 '나아졌다'고 해 주었다.



계속 제자리였던 다이빙도 하다 보니 늘긴 하는구나.. 싶었다.

다이빙도 조금은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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