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높은 곳... 다이빙대 위에서의 첫 퐁당
매주 다이빙 수업을 하기는 하지만, 다이빙대 위에서 뛰어내린 적은 없었다. 다이빙을 처음 배울 때는 먼저 바닥에서 물안으로 들어가는 연습한다. 점프랄 것도 없고 그냥 스르륵 물에 빠지는 거라 별거 아니게 보이지만, 머리가 먼저 바닥에 닿게끔 내 몸을 떨어 뜨리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다.
다이빙은 한 줄로 서서 한번에 한 사람씩 하기 때문에 다른 회원의 다이빙을 비교적 잘 관찰할 수 있다. 내가 다이빙을 할 때도 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서로의 수영 실력은 잘 몰라도 다이빙 실력은 꿰고 있을 거다. 다른 영법을 할 때는 내 거 하느라 바빠서 다른 회원하는 거 볼 시간이 없다.
대부분 다이빙 자세가 드라마틱하게 변하진 않는다. 특히 어느 정도 자세가 잡힌 경우에는 더 그렇다. 그래서 나도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조금 나아지기는 했는지, 강사가 다이빙대 위에서 뛰라고 몇 번 권했다. 그때마다 나는 거절했다.
웬만하면 강사가 하라는 대로 따르는 편인데, 바닥에서 뛰는 것도 잘 못하는데 다이빙대 위를 올라가는 건 위험해 보였다. 조심해서 하면 될 것 같지만, 다이빙할 때 어떻게 뛰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조심할 자신도 없었다.
지금의 몸 상태도 썩 좋지 못하다. 수영을 잠시 쉬게 했던 발목 부상도 완치되지는 않았다. 삐끗한 직후에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닐 정도로 작은 부상이었는데, 정형외과를 다니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도 회복이 느리다. 어쩌면 완벽하게 낫지는 않을 것 같았다.
1년 이상 한 운동만 수영, 방송댄스, 요가, 헬스 등이 있는데… 평생 남을 부상이라는 게 고작 횡단보도 건너다가 연석 조금 올라온 거 밟아서 생긴 거라니...
한번은 접영에 심취해 혼자 연습하다가 수영장 사다리에 손을 세게 부딪혔다. 접영을 할 때는 물을 밀고 나서 수면 밖에서 팔을 앞으로 빠르게 던져 주는데, 그때 부딪힌 것이다. 다이빙 후 수영장 밖으로 나오려고 발을 딛고 올려오려다가 미끄러져서 다리 안쪽에 멍이 든 적도 있다.
내가 겪지 않은 부상이지만, 배영을 하다가 어딘가에 걸려 손톱이 부러진 사람도 있고, 바닥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타일 모서리에 발바닥이 긁혀 피나는 사람도 있단다. 수영은 부상의 위험이 다른 운동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고 하찮을 수 있지만, 높은 곳에서 다이빙을 하다 생길 수 있는 부상은 차원이 다르다. 머리를 부딪힐 수 있고 그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몸치인 걸 아는 친구 J도, '강사가 다이빙대에 올라가라고 해도 절대 올라가지 마라'고 당부했다.
다이빙대에 올라가는 걸 계속 미뤘더니, 강사가 나에게 약속을 받아냈다. 5월이 되면 다이빙대에 올라가라고. 나는 5월 말, 강사는 5월 초를 생각하는 듯했지만 우선은 그러겠다고 했다. 그전까지 다이빙 훈련을 열심히 해서 바닥에서라도 안정적으로 점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수영장 사정으로 강사가 바뀌어 버렸다. 다이빙대에 올라가자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었고, 나는 또 다이빙대를 올라가지 않았다. 그런데 새로운 강사는 회원들이 다이빙하는 걸 한 번씩 보더니 나에게 다이빙대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헉!'
5월에 끝났어야 할 마음의 준비는 아직 되지 않았었나 보다. 강사들이 다이빙대에 계속 올라가라는 걸 보면, 그럴 단계가 되긴 한 건가 싶었다.
다이빙대는 단차 큰 계단을 두 칸 정도 올라간 높이(50~70센티)에 있다. 다이빙대 끝에 두 발을 나란히 둔 상태로 팔 자세를 미리 만들어 두고, 바닥에서 해왔던 것처럼 다이빙을 하면 된다.
그런데 잔잔하게 찰랑이는 파란색 물결을 보고 있자니 내가 서 있는 곳이 수면에서 50cm 높이인지 10m 높이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못하겠다. 무서워.’
나는 자세를 풀고 다이빙대에서 내려오려고 아래로 발 하나를 디뎠다. 그러자 강사가 허벅지를 밀면서 더 내려오지 못하게 막았다.
“할 수 있어요! 해봐야 늘어요!"
내 뒤로는 다이빙을 대기 중인 회원들이 줄을 서 있었고, 다들 날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생각이 하나 있다. '만약 이번에 포기하면 다음에는 할 수 있을까?' 답은, '더 어려울 것 같다'였다.
물의 높이를 눈으로 확인한 이상 다이빙대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져 버렸다. 별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경험이 없으면 막연한 두려움은 더 커질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어쨌든 수심이 내 키보다 깊다.
"밑에 보지 말고 발을 보세요.”
강사의 말에 따라 애써 발을 보며 물을 외면했다.
"으아~ 으아악!"
물에 빠지는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물에 들어갔다.
다이빙대에 올라갔다고 체공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이빙은 늘 그렇듯 순식간에 끝났고, 물이 몸에 더 세게 부딪혔고, 수경은 완전히 뒤집어져 눈을 못 뜬 채로 허우적대면서 나왔다. 코스로프에 팔을 끼우고 수경을 다시 쓰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 다이빙대 소감은 '정체모를 약간의 수치심이 느껴졌다'이다. 나도 모르게 비명 지른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또 큰일이 없이 한 단계를 넘어섰다.
그렇다고 다이빙대의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한 건 아니다. 위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그 뒤로 몇 번 더 다이빙대 위에서 뛰었는데, 한번은 굉장히 깊이 들어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눈앞에 수영장 바닥에 보였다. 깜짝 놀라 밖으로 나오려고 눈앞에 있는 바닥을 푸시업하듯 두손으로 밀어내고 수면 밖으로 나왔다.
수업이 끝나고 강사한테 말했더니, 들어가서 상체를 일으켜 줘야 한다고 했다. 주변의 회원에게도 물어보니 수면 바닥과 거의 닿을 만큼 들어간 적이 있어서 다이빙대를 무서워하게 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떤 회원 분은 파워풀한 다이빙을 하다가 머리를 정말로 바닥에 부딪혔다. (다치지는 않으셨으나 많이 놀라셨을 듯)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