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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의 수영) 몸을 아끼던 내가 어깨 통증을 무릅쓰고

자유형을 잘하면 모든 영법을 잘하게 된다

by 잼써


요즘 오른쪽 어깨가 너무 안 좋다.


일하느라 오른손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데, 주기적으로 어깨 통증이 도진다. 돌팔이 변태 의사가 하는 정형외과를 갔다가 너무 안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통증 초반에는 병원에 안 가고 버티는데, 결국 '너무 아픈 걸 보니 이건 찐이야' 싶어서 병원에 가게 된다. 그러면 의사는 늘 '큰 부상은 아니니 물리치료를 받으라'고만 한다. 이번에도 딱 이 패턴이었다.


오른손을 너무 많이 써서 어깨까지 안 좋아진 거니 본질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그냥 쉬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직장인이라면 내 몸 상태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게 있다. 이참에 콱 일을 그만둘까 싶다가도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견디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참는다. 그나마 요즘에는 야간 진료를 하는 정형외과가 있어서 물리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



어깨 부상.png


어깨가 아프면서 수영을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예전 발목처럼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고, 지금 생활 루틴이 꽤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코로나, 수영장 공사, 발목 부상으로 강습을 몇 번 일시정지를 한 적이 있었는데 수영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너무 무섭고 꺼려졌다. 운동을 안 하면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활력이 많이 떨어져 무기력해진다.


우선은 수영장에 가봤다. 많이 아프다 싶으면 그때 일시정지를 하더라도 수영을 해보긴 해야겠다 싶었다. 몸을 지독히 아끼고, 아픈 걸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통증을 무릅쓰고 운동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막상 하면 딱히 재밌지도 않은 수영이 뭐가 그리 좋다고(그다지 좋지도 않아 사실!) 이리 열심히 다니고 있나.


그런데 자유형을 할 때는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가 되는 건 접영과 배영. 접영은 시도조차 하면 안 될 것 같고, 배영은 처음엔 괜찮은 듯싶은데 약간씩 어깨에 피로감이 쌓이는 것 같았다.


접영을 할 때는 한 팔로만, 나머지 영법을 하다가 좀 무리가 된다 싶으면 자유형을 하기로 했다. 나는 이미 다른 영법과 자유형의 실력 차이가 꽤 큰데 더 커지게 생겼다.



자유형을 잘하면 다른 영법도 잘하게 돼요


운동이든 다른 취미생활이든 종목마다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요가를 예로 들면,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 '다운독 자세가 기본이다.' 등등...


수영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는데, '수영이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편이다.', '자유형을 잘하면 다른 영법도 잘하게 된다.' 같은 것들이다.


처음에 "자유형을 잘하면 다른 것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것인 줄 알았다. 김연아가 마음먹고 수영 배우면 우리보다 훨씬 잘하게 될 거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 이야기는 영법의 공통점에 대한 거다. 각각의 영법이 너무 달라 보이지만 롤링, 웨이브, 발차기의 임팩트 등 비슷하게 가는 게 있다.


대부분 자유형-평영-배영-접영 순으로 잘한다. 그래서 접영에 자신 없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회원끼리 상대평가를 하다 보면 결국 순위에는 큰 변동이 없다. 그만큼 평영을 못하고, 또 그만큼 접영을 못한다.


그런데 나는 우리 반에서 자유형만 중위권이고 다른 영법은 하위권이다. 그래서 자유형을 할 때는 앞에쯤 서다가 다른 영법을 하면 알아서 뒤로 간다.


이유에 대해서는 굉장히 그럴듯한 가설이 있는데, 수업이 자유형을 위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자유형을 잘하면 다른 영법도 잘해지기에 다른 회원들은 비슷비슷하게 올라온 거 같은데.


몸치는 정확하게 그 동작으로 가르쳐 주지 않으면 늘지 않더라. 동작의 응용력도 상당히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다른 회원들이 자유형을 연습하면서 다른 영법의 실력도 조금씩 쌓아 가는 동안, 나는 점점 뒤처졌던 것 같다.


자유형만 잘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 자유형을 잘하는 게 좋기도 하고, 어쨌든 실력이 늘었다는 거니깐. 그런데 몇 명은 연수반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자유형만 보고 날 연수반으로 올릴까봐... 나머지 영법은 실력이 많이 부족하고, 어깨도 안 좋으니.


물에서 허우적 대면서 수영 실력이 영원히 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혹시라도 (다른 영법의 실력 때문에 못 가겠지만!) 연수반 갈까봐 걱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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