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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일기) 한의원의 수상한 화침

발목 부상으로 인한

by 잼써

보도블럭의 아주 얕은 단차 때문에 황당하게 발목을 삐고, 그 후로도 기어코 수영을 다니며 상체 훈련만 한 지 두 달은 넘었다.


발목을 다친 후로, 바로 다음날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러 갔다. 1주일에 5일. 회사 근처에 갈 일이 있는 1주일에 6일도 갔다.


맨 처음 발목을 다쳤을 때, 직후에는 별로 아프지 않았기에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에 대한 후회가 있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서 별거 아닌 부상을 키운 게 아닐까, 그때 바로 병원에 갔다면 쉽게 완치되지 않았었을까 하는...


그래서 이번에는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부상이 발목을 잘 치료하고 회복하는 기회로 삼자고, 정말 열심히 치료를 받아 보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왜인지, 발목이 낫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그렇게 작은 부상에, 두 달이라는 시간도 훨씬 넘게 흘렀다면 스우파 경연 준비 중이라도 이보다는 나아졌을 거 같다.


나는 '열심히 치료하기'라고 생각했던 게 '돌팔이 의사에 방치하기'였다는 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점점 화가 나도 답답해졌다. 이대로 두면 안 되지 않을까..? 또 처음 부상 때처럼 적절한 치료를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정형외과를 가야 할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다닐 수 있는 병원은 한계가 있었다. 내가 다니던 한의원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다녀오기 적당한 곳이었다.


한의사도 영 나아졌다는 소리를 안 하는 나를 점점 반가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이 정도면 치료를 종료해도 되겠다며, 한 주 정도만 이틀 간격으로 나오라고 했다. 나는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못 미더웠지만 꽤나 전문가인 척하는 그 사람(전문가 맞음)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다가온 주말, 보도블럭을 사뿐사뿐 조심조심 걷는 중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갑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너무 아파서 더 걷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어야 했다. 곧 치료를 종료하려 했던 한의사는 이 이야기를 듣자, 아주 당황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러더니 치료 방법을 바꾸겠다고 했다.


바로 "화침"(여기서 화는 '불'을 뜻한다. 진짜 불로 지지는 침 맞다)



못 미더웠던 화침, 뭔가 다르다


화침? 이미 이 한의사에 대한 신뢰는 깨질 대로 깨졌기에, 기대보다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뭔 침에 불을 질러서 놓겠다는 건가. 화침이라는 자체가 너무 사이비스럽게 느껴졌고, 내 발목을 무리하게 뭔가 망쳐서라도 통증을 잡으려는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화침이라는 것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겠다. 침에 알코올을 바르고 불을 붙여두나? 뜸을 놓고 그 가운데에 침을 꽂아 버리나?


별생각 다하는데 한의사가 침을 놓기 시작했다. 처음까지는 별다를 게 없었다. 발에 침을 여러 발 놓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손목 쪽에도 하나 놨다. 평소라면 다 끝났을 과정. 그런데 달칵달칵하며 뜸 놓을 때 쓰는 라이터 소리가 났다.


몸에 놓은 침을 그대로 불로 달구는 것 같았다. 뜨거움과 통증이 꽤 느껴졌다. 보통 침과의 차이는 그것뿐이었다. 아무래도 미심쩍어 한의사가 나가자마자 상체를 세우고 발을 봤다. 발에 잔뜩 꽂혀 있는 침들은 불에 달궈져 이리저리 방향 없이 휘어 있었다. 어느 폐가에 떨어져 녹슨 바늘이 발에 잔뜩 박혀 있는 것 같았다.



화침.jpg


'헉! 이게 뭐야. 진짜다. 진짜 돌팔이야!!'


화침을 놓는다고 해도 침이 이렇게 휘어져 몹쓸 꼴이 되는 게 맞나?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만 들어서 누워 있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다른 한의원에서도 종종 놓는 침인 것 같았다. 인대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쓰여 있었다. 어떤 동영상을 보니 한의사는 침을 다발로 꽂고, 불기둥을 쏘듯이 달구기도 했다.


화침은 일반 침과 확실히 다르긴 했다. 일반 침은 맞은 직후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뭔가 '다르다'는 점 때문에 또 몽충이 같이 살짝 기대를 했다. 그 후로도 화침을 몇 번 더 맞았고, 한의사의 판단으로 치료를 종료했지만. 발목은 아직까지도 불편감과 통증이 있고,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운동으로..

치료의 골든 타임은 이제 지난 것 같다. 다친 후로,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제대로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재활로 접어들었을 것 같은 시기.


다른 정형외과나 한의원 가는 것도 포기했다. 유독 정형외과 의사는 별로였던 경험이 많다. 이제는 한의사도 못 믿겠다... 그냥 발목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몇 가지 운동 루틴을 추가했다. 회사에서 밥 먹고 나면 몇 분 남으니까 그 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면 매주 네 번은 꼭 할 수 있다.


수영할 때 발차기도 시작했고, 지금은 오리발도 신고 있다. 다치기 전에 원래 소속되어 있던 상급반으로 다시 옮겨 갔다. 발목의 불편감은 한 시도 떠나지 않고, 오리발을 신으면 발목이 좀 무리가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는 지금의 발목 상태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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