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첫날 1: 날카로운 찬물의 추억

by 잼써


드디어 수영 첫날.


시뮬레이션을 해 봤던 경로대로 움직여 수영장에 도착했다. 한 번 가 봤을 뿐인데, 뭔가 잘 아는 곳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전 방문을 하나 싶었다. 물론 내가 리드한다면 사전 방문 안 하겠지만...


입수하기 전에는 샤워를 하는 게 매너다. 수영 후에는 나를 위해서, 수영 전에는 남을 위해서 샤워를 해야 한다. 그런데 머리를 감고 샤워하는 과정을 두 번 거쳐야 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피곤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많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를 타야 하는 먼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칠 것이다.


그래서 수영 전 샤워를 최대한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더럽게 덜 씻는다는 건 아니고, 다용도 폼 비누로 머리 감는 것부터 발끝까지 씻어서 세정 용품을 여러 개 꺼내고 닫고 과정을 줄이자는 의도였다. 어차피 수영 후에도 머리를 감아야 하니까 샴푸는 그때 사용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다용도 폼 비누를 손에 대충 문지르고 머리에 묻혔는데, 머리카락을 전부 덮을 만큼 거품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폼 비누를 몇 번 더 짜내야 했는데, 덕분에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아주 깨끗한 두피가 완성되었다. 두피를 때 밀 수 있다면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머리카락도 아주 뻣뻣해졌다. 머리를 묶기 위해 손으로 끌어 모으자 이 머리카락들은 두피 모양을 따라 오므라지는 게 아니라 지푸라기를 중간에 반으로 꺾은 것 같은 모양이 되었다. 순식간에 상투 튼 도망자 신세의 몰골이 되었다. 나는 서둘러 수영모자를 써서 상투를 가렸다.


스머프 수영 모자.jpg 상투를 가리고 있는 수영 모자


샤워장의 온기를 벗어나 물이 있는 곳으로 나가니 엄청 추웠다. 샤워장 문을 열 때는 바람이 세게 들어와 몸에 묻어 있는 물기를 순식간에 냉각시켰다. 둘은 오들오들 떨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도장 찍어두었던 온탕으로 향했다.


"으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구수한 감탄사가 나왔다. 겨울이 좋은 이유, 따뜻한 물에 차가운 몸을 담갔을 때 느껴지는 저릿한 느낌. J와 나는 수업 시작하기 전까지 몇 분 안 남은 시간을 아주 달콤하게 즐겼다. 그런데 짧은 달콤함의 대가가 너무 컸다. 준비 운동이 시작되어 수영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온탕의 온기에 적응해 버린 몸은 차가운 물을 더 강하게 거부했다.


물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허벅지에서 한 번, 배꼽에서 한 번, 명치에서 한 번, 추위가 나를 괴롭혔다. 어깨는 점점 더 움츠러지고 수영장 계단을 내려오는 속도도 점점 느려졌다.


“그렇게 들어오면 안 되지!”


내 모습을 보고 어떤 아저씨가 소리쳤다.


“한번에 팍 들어와야 해!”


아이고, 아저씨 저도 맘 같아선 수직 다이빙이라도 하고 싶다구요..


“그렇게 들어오면 안 된다니까!”


이 아저씨는 내가 물 안으로 완전히 들어올 때까지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아저씨의 목소리를 여러 번 들은 걸 봐서는 완전히 들어오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린 게 분명했다. 물 안에 들어와서도 한동안 추위에 적응하지 못해 까치발을 들고는 최대한 몸을 물에 덜 적신 채로 수영 체조를 했다.


사전 방문했을 때 패딩을 입고 느껴졌던 온기로 수영장 온도를 가늠한 게 완전 잘못이었다.


너무 춥다. 너무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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