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보았던 영화에서 얼굴을 모두 성형하고 달아난 범죄자를 잡는 장면이 있었다. 결국 이탈리아 피렌체 어딘가에서 범죄자를 잡는데 성공하였는데 형사에게 그 비결을 물으니 '사람은 변해도 취향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 범죄자는 식료품 가게에서 늘 같은 식재료를 사는 습관이 있었다. 몇 십 년 전부터 즐겨먹던 음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즐겨먹던 차, 늘 피우던 담배, 좋아하는 느낌의 사람...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들이 저절로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변하는 것은 마음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상황일지도 모른다.
오래전 친구들을 만나면 '너는 몇 십 년이 지나도 늘 그대로다.'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도 그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생각하는 태도, 말투, 특히나 취향적인 면에서는 한결같지만 단지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또는 어떤 상황에 있을 때 영향을 받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변화는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찾아온다. 변화는 결국 나 스스로 변하고 싶은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와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는 대체 어떤 지점에서 발생하는가? 대부분의 관계의 문제는 상대방을 바꾸려고 생각하는 것에 있다. 상대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를 바꾸려고 한다.
예를 들어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할 때 상대에 대해 늘 하는 말이 있다.
'너는 계속 변하지 않을 것 같아. 이제는 지쳤어. '
한편 왜 배우자가 바뀌어야 하는 걸까? 상대가 너무나도 나를 배려하지 않고 누가봐도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나의 마음이 어디에서부터 파생되고 있는지 한 번쯤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가 (내 입맛대로) 바뀌길 바라는 것은 사실 나의 욕심이 나 나를 위한 것에 가깝다.
사랑이란 상대를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상대의 눈에서 상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기꺼이 내어주는 마음이다. 사랑은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를 존중한다. 따라서 굳이 상대를 바꾸려는 마음을 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대에게 너무나도 받고 싶은 마음, 보상 심리와 같은 것들이 '너는 나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마음을 품게 만든다. 물론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에는 어딘가 너무 미숙하다.
만약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는 물론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그를 자유롭게 할 것이며, 더 많은 것들을 하게 만든다. 물론 그로 인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적거나 없을지라도 사랑은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사실 주는 것에서부터 많은 것을 채워지게 만든다.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이별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나는 여전히 상대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떠나는 이유는 늘 존재한다.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존재한다. 이별의 시기는 마음이 사라진 때가 아니라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