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무엇인가를 꼭 이뤄야 할까?

그즈음 나는 죽음에 관해 생각했다.

by 정현주 변호사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 세계의 끝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깥세상은 드넓은 평원에 가까웠으며 평온한 어둠이 모든 것을 감쌌다. 나는 여전히 우물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너는 바깥세상의 많은 것들을 나에게 알려왔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ㅡ 이제는 내가 나의 틀을 벗어나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 필요성을 일깨웠다. 마치 '너는 오래도록 같은 공간 속에 갇혀 동면하고 있었을 뿐이야. 그런 식으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어. '라고 말하는 듯했다.


' 하지만 무엇인가를 꼭 이뤄야 할까? 그냥 이대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


물론 나는 생각했다. 이곳, 평온한 우물의 바닥에서.


' 어떤 일들은 반드시 시간이 흘러야만 알게 되는 것들도 있어. 하지만 한 번 놓치면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것들도 있지. 가령 어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너무 빨리 만나. 그리고 우연한 이별로 영원히 사랑을 잃은 채 살아가지. 이별은 물론 그들의 잘못이 아니야. 하지만 빛이 빠져나간 뒤의 삶은 그저 평범한 것들에 굳어진 것일 뿐인 거야. 멈춰있는 것은 없어. 가만히 멈춰있어 보이는 것들도 착실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든 움직이고 있는 거야. '


하지만 나는 삶에 있어서 일어나야 할 일들은 언제가 되든 반드시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시기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내가 우물에 있는 것이나 어느 날 네가 나를 찾아온 것도 마땅히 일어났어야 할 일들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어제와 오늘이 계속 반복된다면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즈음의 나는 종종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삶이 덧없다거나 어렵다거나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빛이 어둠과 언제나 맞닿아 있듯이, 죽음도 사실 가장 지근에서 삶과 맞닿아 있다. 누구든 한 번은 맞닥뜨려야 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일인 만큼.

그것은 물론 치열한 삶의 반대편에 있는 이야기였다.


어느 날 너는 말한다.


' 나는 영원히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내가 그 시간 시간에 완전히 머물 수 있다면 ㅡ 영원히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

하지만 나는 영원히 산다는 것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 오히려 우물 속의 이 죽음과도 같은 평온함은 투쟁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변화하고 있는 계절을 느꼈으나 아주 많은 것들이 닿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어느 날 나는 한꺼번에 나이를 먹은 듯이 무척 늙어버린 기분이 들었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찾는 것을 그만두었다.


물론 나는 생각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ㅡ 살아있음. 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이미 우물 속에 잠겨 있은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젠 더 이상 시간의 흐름도 정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 그 순간 나는 나의 손바닥을 가닥가닥 살펴봤다. 그리고 천천히 손바닥을 펴서 두 뺨에 대었다. 내 얼굴은 여전히 차갑지만 적당한 온기가 있었다. 심장의 쿵쿵 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내가 살아있음. 을 어떻게든 증명하려는 듯이.


너는 그 순간, 나에게 말을 건넨다.


' 나는 지금까지 문제가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했어. 물론 나 또한 살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지. 모두가 그렇듯이 어린 시절부터 늘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야. 살면서 몇 번 좋아하는 사람도 만났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되지 않았지. 하지만 이제는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고도 생각해. 지금은 정말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고 있어. 내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야. 내가 간직해야 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 '


그리고 너는 말한다.


'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


나는 그 순간 너의 불안한 눈을 보며 그에게 맞는 것을 찾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우선은 불안한 마음은 강가에 두면 된다.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함께 스르륵스르륵 밤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그대로 ㅡ 멈춘 상태로 조금 쉬도록 한다. 어떠한 마음의 무거움이나 죄책감도 없이.


한편, 나의 이야기를 써 보자.


최근의 나는 착실하게 이 세계에서 소멸하고 있다. 분명히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완전히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 물론 그렇더라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르겠지만 ㅡ 나는 이미 많은 것들을 지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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