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주 변호사
어느 날 친구가 묻는다.
' 너는,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해? '
우리는 늘 사랑과 자유,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왔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결정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본다. 현실의 삶이 괴롭다는 것을 반증이라도 하듯, 많은 만남 · 자리에서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사랑을 말한다. 하지만 사랑을 말하기에는 상대에 대해 때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또는 그 사랑으로 인해 너무 많은 이기심을 보게 된다.
' 사랑이란 최소한, 어떠한 결정과 행동을 하기 전에 상대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생각해. '
' 상대의 눈에서 본다... '
너는 생각에 잠겨있는 얼굴로 나의 말을 곱씹듯이 되뇌어 말한다. 옅은 한숨을 쉬고 적절한 말을 찾을 때까지 잠시 시간을 멈춘다. 해가 진 어느 날 밤, 이미 뜨거운 태양은 사라진지 오래다.
' 응,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란 미명하에 오히려 이기심을 보이잖아? 만약 상대의 눈에서 볼 수 있다면 자신의 감정에 앞선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는 없겠지. '
' 이를테면? '
' 이를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들을 들 수 있겠지.
들어 봐,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어. 그 여자가 매일 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틀림없는 호감의 감정이지. 그래서 그녀에게 연락을 했어. 처음에는 예의를 차리며 연락을 했지만 그녀가 연락을 피하게 되자 미칠 것 같은 마음에 휩싸여. 그녀가 떠날까 봐 마음이 불안하기도 하지. 그러면 ' 사랑하는 사람의 현재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지. 때로는 분명 받지 못할 상황임에도 마음대로 전화를 걸어, ' 내가 못 참겠으니까 말이야. '
' 꽤 보편적인 감정이네, '
너는 말한다. 약간은 감탄하듯이. 그리고 ' 그래, 일반적으로는 대부분 그렇지, 상대의 상황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지. 사람이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에 가까우니까, '라고 덧붙인다.
' 그렇다면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또는 사랑한다고 믿는) 대상이 나로 인하여, 또는 나의 감정으로 인하여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거잖아? 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거고 말이야. '
' 음... 결과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지. '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하늘에 잠시 시선을 두고, 나는 천천히 말한다.
' 사랑은 행복에 가까운 감정인 거야. 인생의 전부를 통틀어 얼마나 이런 기회가 찾아올까? 나 스스로 온전히 나를 잊고 타인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선택된 특별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핑계로 자기애를 실현하고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알아? 그런 감정적 이기심으로 인해, 한때는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는 사람을 오히려 고통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는 거야. '
' 하지만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이기적인 생물이기에, 자신이 그렇게 행동을 할지 스스로는 그런 사실을 잘 알 수 없겠지? '
' 맞아. '
그래, 어떻게 알겠어. 사랑을 한다는 명목하에 사실은 나에게 결핍되어 있는 너의 반짝이는 것들을 채우고 싶었을 뿐이고, 그것은 곧 이기심의 발현인걸. 게다가 사랑은 '소유'를 동반하잖아. 더 최악이지. 사랑하는 사람이 자유를 원한다면 그것을 더 존중해 줘야 하는데 말이야. 자신이 갖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 상대가 어떻든 간에 '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소유하려 해.
' 도대체 왜 사람은 좋아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가지려고 할까? '
그냥 자기 자신만 바라봐서 그래. 그러면서 '사랑'이란 감정이든 말을 전하는 것은 더더욱 우스운 일이야. 그래서 난 말이지, 사랑이란 말은 조금 더 상대를 위한 말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또한, 나의 마음이 나 자신은 훼손되지 않으면서 상대에 대한 욕망이나 소유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생각해.
내가 알기에, 사랑은 상대를 자유롭게 하고 또한 나를 자유롭게 하지. 오히려 이기심을 억누를 수 있는 마음을 낼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그런 삶에서 전혀 보편 되지 않은 특별한 마음을 내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충분히 가치로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