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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주 변호사 Oct 03. 2024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해

feat. 정현주 변호사


한가로운 가을의 선선한 바람은 저 멀리서부터 정처 없이 불어온다. 우리는 몇 시간째 길을 걷고 있다. 호수를 건너 아름드리나무들을 거쳐 간다. 길가의 나무들은 눈부신 햇살 사이로 자신의 빛을 어김없이 드러낸다. 여전히 나는 이곳이 낯설다. 어딘가 여행길의 일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너는 이어서 나에게 물었다. 우리의 주제는 ' 진짜인 삶 '에서 ' 진정한 사랑 '으로 옮겨간다.    


1. 사람에게는 사랑이 필요한가?   


물론 사람에게는 사랑이 필요해. 우리는 사랑 없이 오롯이 혼자로 존재할 수 없으며, 만약 있다고 해도 그런 삶은 불행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야. 사람은 누구나 미완성의 존재로 태어나지. 나는 사람이 일종의 매우 연약한 그릇이라고 생각해. 그 그릇은 타인의 절대적인 사랑으로만 채워질 수 있고, 나는 사람은 누구나 그 감정으로 완전히 채워져야 비로소 나의 본질성을 자각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긴다고 생각해.

말하자면 내가 결핍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는 나 스스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워. 나 스스로를 보기 위해서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거든. 일종의 강한 자기 긍정성이지.


나 스스로의 본질성에 대한 자각이 없이 타인을 사랑한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삶을 가장 방황하게 만드는거야.   


2.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이해, 사랑의 형태는 다양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 두 가지가 사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나를 책임질 수 있어야 타인을 책임질 수 있다. 나를 알아야 상대를 이해할 수 있다. 정말 중요하지. 그래서 마음의 결핍이 있는 상태에서 타인을 사랑한다고 믿게 되면 어느 순간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해 주길 기대하게 되지. 하지만 나조차 나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타인이 나를 이해할 수 있나. 나에 대한 진정한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의 사랑은 늘 불안하고 힘든 위태로운 상황에서의 욕망의 발현 같은 거야.


또한 많은 사람들이 소유를 사랑이라고 잘못 인식하지. 하지만 책임과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소유 또한 이기심의 한 발로야.


3. 내가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사랑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사랑의 본질은 상대를 좋아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해. 내가 제대로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려면 '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의 사랑으로) 얼마나 좋아지는지? '를 보면 돼.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만나면서 좋아지고 있다면 나는 제대로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의 상태가 나날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나의 욕망을 실현하고 있는걸지도 몰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자신의 마음에 심취하여 상대가 얼마나 좋아지는지 곤란해하는지 나빠지는지를 고려하지 않지. 오로지 나의 마음에 취해서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해. 이것을 과연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4. 사랑을 위해 필요한 마음은?


때때로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에 나 스스로 꽤 무리를 하게 되는데(또는 한계를 넘게 되지) 너무 무리를 하면 무조건 문제가 생기게 되어 있어. 일단은 내가 에너지를 쓴 만큼 상대에 대한 원망이나 기대가 생기게 되지. 그러니 우선은 나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만 상대를 사랑할 것, 그리고 나의 사랑으로 상대가 좋아지는지를 살펴볼 것, 그렇지 않다면 어쩌면 나는 상대에게 그저 자신의 감정을 분출하거나 괴롭히는 것이 될 수도 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상대에게 해를 입히게 될 거야.


사람들은 왜 사랑을 필요로 하고 사랑을 하면서 스스로 무리를 하게 될까?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삶을 살고 있어. 우주 속에 혼자 남은 광활한 고독이지. 나의 고독을 나누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누군가가 필요하고 또 본질적으로는 그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기를 바래.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은 나의 구원이 될 수 없어. 나는 나 스스로 구원할 수밖에 없다. 물론 타인에 의해 꺼내져야만 나는 진정한 나로서 채워질 수 있지만 그것조차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설명이 좀 어려웠을까? 요약하면 이런 거야.


나의 본질과 한계를 자각하고 내가 타인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는 상태여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책임을 다할 수 있으므로.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상대를 책임지고 이해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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