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벽의 일이다. 늦은 새벽까지 잠이 들지 못해 뒤척이던 나는 해가 떠오르는 그 시각에 온통 잠에 빠져 있었다. 달떡처럼 동그란 얼굴을 한 너가 다가온다. 이불 속으로 이내 꼬물꼬물 기어 와서 내 품에 기어이 안기고 만다. 작은 손은 아무런 흠점이 없이 단풍잎과 같고,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너의 풍성한 머리카락에 간지러운 나는 입을 맞춘다.
' 사랑해. 지구만큼 달만큼. '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너의 달근 얼굴을 부비며 내 마음의 사랑을 꺼내어 표현할 때마다 그 사랑이 너의 작은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식물처럼 나의 사랑은 비료가 되어 너는 꼭 필요한 생명력을 얻은 것처럼 한 뼘 더 자라는 것이다.
나는 늘 상대가 원하는 자리에 잘 있지 못하였다. 나는 언제나 삶에서 지나치게 객(客)과도 같았다. 타인의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부를 때 그곳에 있지 못하였고, 회피를 한 것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마음의 문은 아주 조금만 열어두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 있는 조그만 방어기제처럼 나는 내 멋대로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표현하면 할수록 넓게 퍼지고, 아름다움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는 것을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이제 나는 나의 사랑하는 것들을 좀 더 사랑하기를, 그리고 그 마음을 널리 표현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좀 더 완전한 내가 되어 불안으로 가득 찼던 결핍된 상태에서의 이해가 아니라 오롯이 완전히 서서 타인을 바라보고 싶다. 그렇게 그전의 삶은 완연한 종말을 고하였고, 이제는 꼭 필요하고 절실한 것들로만 나에게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