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40대의 아름다움, 삶의 모습에 관하여.
by
정현주 변호사
Nov 27. 2021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30대의 후반을 지나고 40대를 바라보거나, 이미 거쳐가고 있다.
나는 아직 그 이상의 삶을 잘 모르지만,
오늘은 문득 약 20년 전 한남동 대사관 골목에 자리잡은 야트막한 언덕에 있던 자주가던 카페에서 내가 끄적이고 있던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리고 현재의 나와, 또 앞으로의 살아가야 할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2015, 오스트리아 빈에서
20대까지의 나는, 해야할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모든 생각은 오로지 여행으로 가득차 있었다.
감당해야할 짐도, 의무도, 책임을 느낄 것도 없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노트를 펼치고 카페에 앉아 이런 저런 글들과 여행 계획만 끄적이고 있었고, 돈을 모아 기약없이 훌쩍 떠나기도 했다.
힘들거나 어려운 일들은 마주보지 않으려고 했고, 감사하게도 그것이 가능하던 때였다.
시절에 따른 삶의 모습들은 모두 다르다.
이것은 아주
주관적이고, 주관적인 삶의 궤적
이다.
10대는
'그 자체로
' 아름답지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그 아름다움을 잘 보지 못한다.
10대는 그 시선이 나로 향하기 어렵고, 그 시선의 끝은 주로
주위의 친구들, 미래에 대한 번뇌와 희망
으로 향한다.
20대는 아름다운 시기이지만,
무엇인가를 잘 모른채로
빠르게 시간이 흘러버리는 것 같다.
'젊음'이란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안다고 했던가,
20대의 시절은 젊고 아름답지만, 해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그 시간들을 오릇이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짧은 시간들이다.
30대가 되자, 비로소 '나'에 대해 관심이 가져지기 시작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 삶의 궤적들을
처음으로
살펴보기에 이른다.
보통은 이 시기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유의 삶에서 책임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는 이 책임의 시기는, 주위의 많은 것들이 나에 대한 기대와 나의 의무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20대의 여행이 한정된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해 보는 것,
'좀 더 즐겨보는 것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30대에 들어서 비로소
'좀 더 누려보는 것
'에도 관심이 가지기 시작하는것 같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경제적 여유도 생기게 된다).
여행을 하기 위해 비행기를 예약한다면 가장 싼 것보다는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대를 고르고,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편한 것을 찾게 되고,
여행지에서 짧은 시간 동안 좀 더 많은 곳을 탐험하듯이 가는 것보다는, 그 이전에 가서 좋았던 곳을 다시 찾게 된다.
새로운 것보다는
편안한 것들이 좋아지게 되는 시기인것 같다.
그러다 40대가 왔다.
40대는 어떠한가?
우리는 이제,
쫓기듯 살았던 10대와 20대를 지나고
30대의 책임과 열정의 시기를 지나
삶의 정점
에 다다른다.
40대는 지난 '나'를
갈무리 하는 시기
이다.
지난 40년의 축척된 경험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완성되어 가는
첫
시기이다.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거에서보다 좀 더 명확해 진다(완전히 결정되지는
않았을지라도).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말이나
평가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갈무리의 시간을 지나, 좀 더 명확한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도 할 수 있게 되는 동력이 생기기도 한다.
40대의 삶은 30대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충분히 열정적이고, 그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할 일들이 훨씬 더 많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대보다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될 것이며, 30대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삶을 누리게 될 것
이다.
삶의 방향이 어렴풋하지만 분명히 보이게 될 것이고,
40대를 거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그 나이에 걸맞는 표정과 말투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40대의 아름다움은, 20대와 30대의 비슷하게 순수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독립된 섬과 같이,
사람 자체가 각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매력과도
같은 것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40대는 해가 지고 어스름한 때와 같은 황혼의 시기가 아니라,
삶의 아름다움의 정점
에 있는 때라고 감히 생각한다.
keyword
40대
30대
삶
20
댓글
1
댓글
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정현주 변호사
직업
변호사
남양주 법률사무소 봄 대표 변호사입니다. 상담 문의는 평일 031-522-3151, 법률사무소 봄 정현주 변호사 사무소 네이버 예약으로 부탁드립니다.
구독자
261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랑랑의 슈베르트는 그렇게 나를 아프게 한다.
그 사랑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갔을까.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