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년간의 변화
브런치를 비롯하여 제대로 글을 쓰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돌이켜보니 에노시마 여행 이후, 지난 반 년간 나의 삶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우선, 나는 많은 것들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나는 이미 하나의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 나는 멀리서 들리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까만 밤하늘에 도도하게 떠 있던 손톱달을, 너의 사슴 같던 눈망울을, 해가 떨어지며 주위를 남보랏빛으로 물들었던 규슈 어딘가의 바다를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나의 지난 반 년은 아득히 먼 곳에 있었다. 테니스를 시작하였고, 꽤 꾸준히 레슨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집 근처 실내연습장에서 받았지만 두 달 뒤 실외 연습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어쩌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오래도록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나의 쇼팽 발라드 1번은 인적이 없는 곳에서 꽤 오랫동안 발이 멈춰버린 셈이다. 새로운 일들의 시작은 주말을 완전히 삭제하는 느낌이 들 만큼 시간을 잊어버리게 했다.
그 외에는 휴일을 이용하여 전혀 가보지 못했던 곳을 짧게 여행했다. 그 기억은 오래전의 호주 카카두 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흙먼지가 잔뜩 피워 오르는 사막의 곳에서 이정표를 잃은 채 바람을 가로지르며 걸었던 날들이 생각났다. 카카두에서 보냈던 그 사막의 아스팔트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차가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밤이 되어도, 한낮에 이루 말할 수 없이 뜨거운 열기를 잠시 식히려는 듯 더운 공기가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걸었던 사라예보의 다리를, 우연히 들어갔던 공방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낡은 가죽 가방을, 사라예보의 시내가 한눈에 들여다보이던 언덕을 떠올렸다. 털이 덜 자란 강아지풀과 같이 고르게 펼쳐져 있던 산 중턱에서 나는 왜 그렇게 혼자 오래도록 걸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늘 마음을 들여다보며 노트를 들고 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언제나 그랬다.
그러니 글을 쓰지 못한 지난 반 년의 시간은, 나로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던 셈이다. 삶과 함께 글은 늘 내 옆에 있었으며 어떤 고충도 나와 함께 했다. 글은 나의 벗이자 언제나 나에게 위안이 되었고 늘 변하지 않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은 언덕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나무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하늘은 완연한 여름의 빛으로 물들고 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바람들은 바닥의 흙들을 공중으로 날아오르게 하였다. 나는 낮은 곳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며 오래도록 생각에 잠긴다. 모든 풍경이 달라 보이는 것을 느끼며.
나는 나의 세계에서 한걸음 나와, 타인의 세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전혀 다른 세계에 머물렀다. 그것이 나의 유한한 삶 속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였다. 지금 역시, 변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들이 조금씩 쌓여 언제가 될지 모를 글을 쓰는 세계로 돌아갔을 때 잔향과 같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모르는 실체가 머무는 이곳에서, 오롯이 좀 더 선명한 것들을 쌓아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