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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코로나 19 달라진 명절-3

소박한 설날 아침

by 연두씨앗 김세정

설날에는 늘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차례상을 차린다.

올해는 코로나 19 거리두기로 집에서 지내면서 차례상이 생략되었다.

차례가 없는 설날 아침은 간소하다.

아침으로 떡국을 먹고자 아이들과 만두를 빚었다.

'만두나 송편은 사 먹지, 빚어 먹는 게 아니다!'라는 평소의 나의 의지와 달리

'조금만 만들어 먹으면 되고, 아이들도 즐거우니까'라는 남편의 생각에 맞춰

어젯밤 마트에서 사 온 동그랑땡 재료를 놓고 만두 만들기를 시작했다.

만두 빚고, 동그랑땡도 붙이고, 떡국도 먹었다.


동그랑땡을 얌전하게 각 잡아서 붙이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니

눈에서 하트가 뿅 뿅 나온다.

내가 대학시절 '나의 이상형'을 묘사하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친구가 쓴 글을 보고 내가 한눈에 반했는데

그게 바로 앞치마를 매고 설거지하는 모습이었나? 요리하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우리 아빠는 요리할 줄 몰랐다.

결혼 몇십 년 만에 할 줄 아는 거라고 계란 삶는 거 하나였고

라면 하나 혼자 끓여 드실 줄 몰랐다.

그런 아빠와 달리 남편은 요리를 배운 적도 없지만 블로그나 검색을 통해서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했다.


손끝이 얌전하고 야무진 신랑은 제법 이것저것 잘 만들었다.

계란 지단은 실패했지만 동그랑땡은 아주 예쁘게 부쳤다.

아이들과 만든 만두, 엄마가 만든 떡국, 아빠가 부친 동그랑땡이 오늘의 메뉴였다.

차를 타고 어딜 가야 하지 않으니 한가했다.

아침 먹고 탕목욕을 하러 욕실로 들어가고, 나는 브런치를 작성하러 컴퓨터 방으로 왔다.

코로나 19로 우울한 삶 중에 오늘은 그래도 꽤 괜찮은 명절이다.


매년 명절마다 우울한 글만 쓰다가 즐거운 글을 쓰니 이상하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기 바란다.


힘든 명절도 있지만

오늘을 기억하며 또 버텨낼 것이다.


결혼 생활 10년 동안...

내 눈에 콩깍지가 붙어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남편들이여, 아내에게 자유를 달라!

두 배로 되 갚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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