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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Feb 20. 2021

[아이의 사생활] 먹는 걸로 쩨쩨하게 왜 그래~

부제 : 못난 엄마의 자기반성의 기록

코로나로 늘 같은 일상이지만

그래도 주말은 주말이다.

학원을 가지도,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이도 엄마도 모처럼 쉴 수 있다.


엄마인 나는 옛 감성에 취해 '글쓰기'에 심취해 있었다.

주말만큼은 나도 쉬고 싶은데, 엄마는 제대로 된 휴일이 없다.

몸은 피곤하고,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정리하는데...

아빠가 없는 주말이라 그런지 유난히 시끄럽다.


점심을 먹은 딸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엄마, 나 먹고 싶은 것이 있어요."

"응, 방금 점심 먹었으니까... 나중에 먹으면 안 될까?'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끼고 싶은 건 엄마의 사치인 걸까

참지 못하고 아이는 다시 나에게 조르기 시작한다.


"엄마, 진짜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전에 제가 피아노 학원 갈 때 가져간 네모난 과자 있잖아요. 엄마가 선생님이랑 나눠먹으라고 주신 거요. 2개짜리 큰 거요."


아이는 설 명절에 내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유자 한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거 정말 맛있었는데 어떤 맛인지 기억이 안 나요."


그저 그 과자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혼날까 봐 빙빙 돌리고 있었다.

"그 과자 서랍장 아래에 있는데 네가 한번 찾아올래?"

"네. 제가 찾아올게요."


아이는 아마 그 유자 과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엄마 몰래 간식 먹기 금지' 조항 때문에 그것을 몰래 먹지 못해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주방 한편에 있는 서랍장에는 각종 간식을 넣어두는 곳이 있다.

마트에 갔을 때, 두고 먹으려고 넉넉하게 사놓은 여분의 간식들이었다.

어느 날부터, 간식함에 빈 쓰레기박스만 남았다.

 엄마 몰래 과자 찾는 6살 아기 고양이

엄마 몰래 아이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이가 혼자 몽땅 먹은 과자 봉지를 보고 남편은 화를 냈다.

건강에 좋지 않은 불량한 식품을 이렇게 많이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졸지에 '나쁜 엄마'돼 버린 나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하루에 정해진 만큼 적당히 먹어야지, 한 번에 다 먹으니 아빠가 과자 다시는 사지 말라잖아."

그저 남편에게 한 소리 들은 내가 답답한 말에 한 소리였다.

아이는 크게 풀이 죽었다.

아이에게 미안해져 귓속말로 속삭였다.

"이제 아빠한테 걸리면 과자 못 먹으니까, 엄마랑 꼭 약속하고 먹어. 알았지?"


아이는 그 뒤로 간식을 먹기 전에 엄마에게 꼭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첫째 딸은 어릴 때 먹는 것에 집중하던 아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안 먹는 아이라, 늘 음식을 들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 애를 써야 했다.

"왜 이렇게 말랐니.. 잘 먹여야겠다."

주변의 불편에 시선에도 아이는 음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너무 먹는 거에 집중해서 조절을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작업 중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서 뒤를 보니 아이는 몰래 '유자 한과'를 먹고 있었다.

"어? 아까 하나 먹었는데... 엄마 몰래 또 먹었어?"

아이는 아뿔싸 하며 금방 울상이 되었다.


"몇 개 먹었어?"

그저 갯수만 물었는데도 아이의 표정이 울상이다.

아이는 말이 없었다. 분명 하루에 하나씩 먹자고 약속했는데...

얘기도 안 하고 먹은 것이 못난엄마는 '화'가 났다.

총 10개의 과자 중에 5개를 먹은 아이...

아마 내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아이는 남은 3개의 과자까지 몽땅 먹어버렸을 것이다.

(아이는 집중을 하면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조절을 못한다.)


다른 집은 안 먹어서 고민이 많은데...

먹는 걸로 쩨쩨하게 구는 게 나 역시 미안했다.

어릴 때 나도 뭔가 계속 먹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던 거 같았다.

엄마에게 혼날까 풀이 죽은 아이의 표정을 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혼내는 거, 아니야. 지금 혼나는 거 같아서 기분이 안 좋지?"

아이는 엄마의 말은 한 귀로 흘리고 어떤 생각에 골똘히 빠져있었다.

내가 그동안 아이에게 너무 무섭게 대한 걸까?

아이가 엄마에게 겁먹은 거 같아 내심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화내는 거 아니니까... 지금 니 기분이 어떤지 얘기해줄 수 있어? 지금 무슨 생각이 들어?"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줘야할 거 같았다.


'나는 과자가 먹고 싶은데... 엄마가 못 먹게 해서 속상해요.' (이건 내 생각)

아이에게 이미 감정이입이 된 나는 아이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계속 혼내면 안되겠지? 여기서 그만 혼내고 위로를 해줘야 할까?'


"딸~ 무슨 생각해?"

내 물음에 정신을 차린듯 아이가 입을 열었다.

"네? 음.... 과자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요."

 


방금까지 혼나서 풀이 죽은 표정이었는데...

사실 아이는 혼나서 풀이 죽은 게 아니라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어서 슬픈 표정이었다.

'아, 내가 이런 어린이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머리가 띵했다.

시시비비 따지는 건 엄마의 몫. 아이들은 그저 본능에 충실하구나.

한 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은 엄마처럼 부정적인 생각은 안 하는구나.

그래... 마음껏 먹어라. 많이 먹고 열심히 운동하자. 운동해서 키를 키우자.


아빠 속보다 어려운 딸아이의 속마음.


엄마는 덕분에 오늘 하나를 배웠다.



(문제의 유자 한과, 솔직히 나도 하나만 먹기 힘들지, 알아, 하지만 5개는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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