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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May 15. 2017

[방콕 연애] 그 사람의 향기를 기억해요

[방콕 일기] 당신은 어떤 향기를 가졌나요?

[방콕 연애]  그 사람의 향기를 기억하나요?


 



영화 <동감> 中


"사람은 향기를 지니고 산데요.

그 향기를 피우면서 살고요.

.......

나 그 사람의 향기를 알아요.

언제 어디서고 눈을 감으면 만질 수 있어요."


- 영화 <동감>  소은의 대사  中


 당신은 사랑하는 그 사람의 향기를 알고 있나요?

이제는 기억에서 아주 희미해졌지만,

나는 어떤 사람의 향기를 알고 있었어요.

 

 흔한 향수 냄새가 아닌,

바디로션이나 섬유향수 냄새가 아닌

사람의 살 냄새 말이죠.


물론 처음부터 그 사람의 향기를 알고 있었던 건 아니랍니다.

 그저, 그 사람이 내게 향기 얘기를 꺼냈고,

그와 함께 사람의 향기에 대해 잠시 얘기를 나눴었죠.

 


영화 <향수> 중

 소설 <향수>에서 향기에 미친 주인공 그루누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도 나의 향기를 알고 있노라고…

 

 

 처음에는 잘 알지 못했지요.

 종종 사람들이 ‘너한테 냄새 나…’라고 할 때마다 당황했었죠.

 그때마다 사람들은 나쁜 뜻이 아니라고,

좋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지만,

괜히 의기소침해서 혼자 킁킁거렸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가 향기에 빠지게 되자

온갖 사람들의 냄새들이 내게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은 샴푸 냄새나 향수 냄새, 땀냄새였지요.


그리고 그다음엔 향수 냄새 넘어 있는 사람들의 고유의 향기.

로션과 샴푸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가 났지요.


 


영화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의 마코토는 괜찮은 남자지만,

자신의 몸에서 사람들이 싫어하는 약 냄새가 난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기피하는 인물이죠.

 

 나 또한 사람들이 내게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으려 가까이 오려할 때마다 도망쳐버렸어요.

 하지만 아주 시간이 지나서 그게 악취가 아닌

사람 본연의 냄새였다는 걸 알고 나니…

 내 향기를 알아주었던 사람들이 그리워졌어요.

 


나는 많은 사람의 향기를 알지 못해요.

처음 향에 눈을 뜬 건…

스무 한 살 성년의 날에 맡은 첫 향수 선물이었지요.

그리고 연인이었던 친구가 즐겨 쓰던 시원한 향의 파란색  향수를 좋아했어요.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주고 싶었다며 내게 연보라색 향수를 선물해주었지요.

정말 좋은 향이었어요.

 

 같이 있으면 좋고, 함께하고 싶은 좋은사람이었지만,

사랑했던 사람은 아닌 그 남자는 내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향기,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향수라며 선물해주었죠.

 

 사람들은 그 뒤로 종종 냄새가 좋다는 말을 자주 했었고,

나는 그것이 향수 덕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향수를 뿌리지 않은 날에도

누군가는 내게서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요.

  난 나의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고, 어떤 지 알 수 없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나는 그 사람이 내게 어떤 마음으로 향수를 선물해주었는지 알게 되었고,

내게 해주었던 그 말들의 뜻을 알게 되었지요.

 

 저는 조금 덜 사랑하는 편이…

더유리하다고 늘 생각해왔던 사람이었습니다.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끝 마음은 주지 않겠다며 다짐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항상 끝을 생각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랬었기에... 정말 사랑했던 사람에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중에 이런 날씨에 이런 음악을 들으면 너와 함께했던 오늘이 기억 날 것 같아. 잔잔한 음악, 그리고 커피향, 그리고 당신까지...”

 

 그 사람은 그 말을 듣고는 정색하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지요.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마치 헤어질 사람들 같다고…

그 사람은 습관처럼 사랑과 동시에 이별을 염두에 두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려 준사람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을 생각하고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 지 그때는 몰랐지요.

끝을 알고 있으면 덜 슬플 거라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지나보니 알겠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한 사람은 후회가 없지만...

끝을 생각하며 자신을 아낀 누군가는 후회가 남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 사람의 말대로 난 그의 향기를 기억했고,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힘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에게 이상한 냄새가 날 거라고 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어요.

꽃냄새처럼 특별하게 진하지 않아도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하게 계속 생각이 나는 사람의 향기.

 

향기만으로도 함께 있다는 착각을 줄 수 있어요.

향수 선물이 특별한 이유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요?


5월, 성년 날 및 연인들의 기념일에 많은 연인들이 향수를 선물하고 선물 받았겠지요.

 여러분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을 선물해보세요.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같은 향수를 맡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요.

 

 눈으로 보는 시각적인 면이 가장 크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나의 눈과 입은 금세 활짝 웃고 있을 거예요.

 

 귀로 듣는 청각적인 면도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함께 듣던 음악들을 생각해보세요.

굳이 옆에 있지 않지만 함께 있는 듯한 안도감을 줘요.

 

 그리고 마지막 코로 느끼는 후각적인 면이에요.

서로 가까운 사이이거나, 본능적으로 후각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할 수도 있어요.  

가만히 있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 눈을 감아 보세요.

새근거리는 숨 틈에서 그 사람만의 향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의 웃는 모습,

그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

그 사람의 포근한 향기까지

 

 지금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향기를 맡아보세요.

 처음엔 무슨 냄새인지 딱히 알 수 없겠지만,

시간이 점점 흐른 후에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질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향수를 선물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각, 청각을 넘어서는 가장 진한 사랑의 각인.

 

 

 

사랑하는 사람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나요?

 한번 중독되면 끊을 수 없는 담배 같은,

 갓 볶은 원두를 갈아 내린 진한 커피 향 같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나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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