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씨앗 Mar 03. 2021

[아이의사생활] 오늘은가장 기쁜날!(1)

7세, 새로운 유치원에서 오늘 하루가 즐거웠던 이유

3월 2일 새 학기 첫날, 하원 버스를 타고 둘째가 내렸다.

손에는 팬더가 그려진 종이박스와 함께였다.

"엄마 이건 저한테 주는 입학 선물이에요. 떡이에요."

"엄마 그리고 저 오늘 아주 재밌게 놀았어요. 엄청 큰 블록 쌓기를 했는데 제 키만큼 쌓았어요.

알록달록 색깔도 여러 개로요. 그리고 친한 친구도 사귀었어요. 서J이라는 아이인데...

저랑 이름이 비슷해요. 서윤, 서J.. 비슷하죠?

오늘 제 옆에 앉았는데 '안녕?'하고 인사했어요."


"누가 먼저 '안녕'이라고 했는데?"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은 먼저 다가서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에 비해 먼저 다가가는 것이 덜 어려운 아이도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첫째의 경우에 먼저 다가는 편이다.

그에 비해 언니보다 다른 부분들이 다 야무진 둘째는 오히려 사람들 앞에 서면 엄마 뒤로 숨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좋았겠네."

"네.  엄마 그리고 서J이랑 이따가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비행기 놀이터요.

비행기 놀이터는 거기밖에 없어요. 이따가 유치원 끝나고 만나기로 했어요."

아이쿠, 둘째는 먼저 다가가는 것은 어려워하지만 사람을 부르고 약속 잡는 것은 매우 좋아한다.

어린 시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 집에 놀러 와~"라고 얘기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몇 시에 보기로 했는데? 시간은 정했어?"

"아니요. 시간은 안정했고, 비행기 놀이터에서 유치원 끝나면 만나기로 했어요."

아직 시간관념이 별로 없는 둘째는 친구들과 간혹 놀이터 약속을 잡아놓고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경우 '언제'라는 개념이 보통 '유치원 끝나고'인 경우가 많은데 유치원 끝나는 시간이 아이들마다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일 때문에 종일반 수업을 신청해놨는데... 괜히 또 미안해졌다.


"지금은 시간도 늦었고, 날씨가 추워서 아마 서J이는 집에 가고 없을 텐데 어쩌지?"

"아니에요.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얼른 가요. 빨리요."

아이는 가방만 내려놓고 비행기 놀이터로 허겁지겁 달려갔다.

아쉽게도 도착한 놀이터에 아이의 친구는 없었다.


놀이터에서 한 동안 친구를 기다리더니 이번엔 그네를 타겠다며 지키고 서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쯤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쉽게 그네를 양보할 것 같지 않았다.

"날도 춥고 내일 다시 만나고 오늘은 들어가면 안 될까?"

심통이 나서인지, 정말 그네가 타고 싶어서 인지 아이는 꼼짝도 안 했다.

결국 퇴근하는 아빠가 등에 업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유치원 끝나고 놀이터에서 친구를 만날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하원 시간을 기다렸을 아이...

그러나 아이의 기대와 달리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오늘의 놀이터 만남이 무산된 것은 아쉽지만, 아이에게 친구가 생겼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사생활] 아이에게 '사랑'이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