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엉엉 울었다. 세상에 태어나 겪은 첫 실패 같은 느낌이 이런 걸까? 아이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 품에 달려와 엉엉 울었다.
'아뿔싸, 정말 반장이 되고 싶었던 걸까?'
"너는 누구 뽑았는데?"
"나는 유 OO 뽑았지."
아이가 뽑았던 아이가 반장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도 뽑아주지 않아서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그래도 네가 뽑은 친구가 반장이 되면 좋은 거 아니야?"
"그래도 어떻게 아무도 안 뽑아줄 수가 있어. 친구들이 아무도 나를 안 뽑아줬어."
아이의 눈물을 보고 문득 예전 이야기가 떠올랐다.
새 학기 반장선거가 되면 반 아이들 반절 정도가 우수수 나가서 반장이 되겠다고 한다고, 표도 거의 갈려서 4~5표로 반장이 되고, 떨어져도 1~2표 차이라고... 딸아이 친구 언니였던 한 아이는 반장선거 때 자신이 아닌 남의 이름을 썼노라고. 그래서 1표밖에 못 받았다고... 자기는 다른 친구를 한 표 찍고, 자기도 한 표 받았다고.
그때 그 자리에 있던 선배 엄마들은 모두 입을 모아서 얘기했다.
"자기는 자기 한 표 뽑아야지."
반장선거 나갈 때 자기 이름 뽑아야 한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어릴 때 나도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쓴 적이 없었다. 그랬던 내가 아이에게 꼭 니 이름을 써야 한다고 강하게 어필할 수가 없었다.
엉엉 우는 아이를 달래는데 자꾸 웃음이 나왔다. 세상의 쓴 맛을 3학년 반장선거에서 맛보게 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너는 꼭 니 이름 쓰라고 강하게 말해줄 걸 이라는 후회도 들었다.
딸아이의 탈락 소식을 전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못된 엄마'라고 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반장 선거 나갈 때 자기 이름 쓰는 걸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몰랐다. 엄마인 나도 딸아이도 진짜 한 표도 안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는 친구도 2~3명 있고, 새로 사귄 친구들도 2명 있고 해서 한 표는 나올 줄 알았지~"
"네가 얘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어. 요즘 애들이 어떤 애들인데... 친하다고 뽑아주는 거 아니야~"
엄마가 3학년을 너무 무시했던 탓이었다.
'미안하다, 딸아. 엄마가 무지했다.'
어느 센가 딸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혹시 2학기 반장 선거 또 나갈 거야?"
"응.. 2학기 때 반장선거 또 나갈 거야. 그래서 나 반장 꼭 될 거야."
'아뿔싸.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걸까? 슬퍼해야 하는 걸까?'
"그럼 니 표에는 니 이름 써야 해. 알았지?"
"엄마, 반장 선거는 반장이 됐으면 하는 친구를 적는 거잖아요."
"너는 반장선거 왜 나가? 반장이 되고 싶어 나가는 거 아니야? 너는 누가 반장이 됐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