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 Cafe,비 오는날

1. 부치지 못한 편지 - cafe, 비오는 날

by 연두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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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어. 꿈속의 난 고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였어. 처음엔 그냥 학기 중이었고, 너와 나는 짝꿍이 되었지. 무척 친해 보였어. 너와 이야기하고, 장난치며 웃고 있었어. 즐거워 보였어. 내 기억으로 너와 짝이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거 같은데. 담임선생님은 초등학교 6학년 선생님이고, 뒤죽박죽 아주 엉망이었지. 뭐, 꿈이니까. 그게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말이야. 어쨌든 너를 만났어. 너와 친하게 지내는 게 마냥 행복했어. 그러다 갑자기 네가 어딜 다녀온다고 하고는 교실 밖으로 나가버렸어. 나는 한동안 짝 없이 혼자였어. 그냥 외로워지더라. 그러다 잠에서 깨어났지. 벌써 10년이나 지나버린 그때의 기억이 왜 오늘 꿈으로 나타났을까. 문득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홍주 수지.JPG


잠결에 빗소리를 들은 것 같아.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었지.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어. 힘이 쭉 빠지더군. 비는 사람을 나른하게 만들잖아. 늘 하던 일인데도 일어나서 씻으러 들어가는 것도, 걷는 것도 모두 귀찮게 만들어 버려.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되도록 외출을 하지 않으려고 해. 휴, 하지만 지금은 돈을 벌어야 하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야 돼. 원래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비 오는 날엔 특히 걷기가 싫어져. 신발에 물이 들어가거나, 청바지 밑단에 물이 스며들었을 때의 그 기분 말이야.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그 찝찝함을 누가 대신해줄 수 있겠어. 우산을 들고 10여분을 걸어가면 내가 일하는 <Cafe, 비 오는 날>이라는 가게 간판이 보여. 그 가게 안에서는 365일 비가 내려. 하지만 별로 비전은 없어 보여. 물론 일당 받고 일하는 나 같은 사람이야 월급만 꼬박꼬박 나온다면 별 상관은 없겠지만. 사장님 말로는 자기 집사람이 비 오는 날의 추억 때문에 이 가게를 열자고 했다는데 정작 부인은 한 달에 한두 번 밖에 나오지 않아. 그래도 계속 가게가 유지하는 걸 보면, 사장님이 정말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애처가 이거나 돈 많고 실속 없는 경영인이라는 거겠지. 아무튼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닌 거 같아. 어쩌면 둘 다 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냥 나는 이곳에서 편하게 있는 걸로 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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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의 빗물을 털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원래부터 카페 조명을 어둡게 만들었기 때문에 비 오는 날이면 창가에 있는 커튼부터 걷어야 해. 그래야 조금이라도 밝아지거든. 커튼을 열고, 조금 밝아지면 주방과 카운터를 정리해. 늘 하던 일이라 그런지 별로 오래 걸리지 않지. 오자마자 혹은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비 오는 정원’ 청소 좀 할 겸 정원으로 나가. 오늘은 어제 인공 비를 뿌려 놓지 않아서 그런지 잔디가 말라 있더라. 마른풀을 밟고서 정원 양 끝 모서리에 있는 하수도 구멍을 향해 걸어. 일주일 단위로 한번씩 하수구 구멍에 끼인 이물질을 제거해 줘야 돼. 그렇지 않으면 인공 빗물이 넘쳐서 카페 안이 금방 물바다가 되어버리거든. 이물질 제거가 끝나면 벽면에 설치된 스위치를 작동시켜서, 천장에 설치된 천장 유리돔을 오픈해.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이면 천장을 열어두거든. 비 오는 날은 싫어하지만, <비 내리는 정원>에서 바라보는 비 내리는 하늘은 끝내주게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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