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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Sep 11. 2021

[엄마일기] 미완성 일기

아이의 실수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2년간의 기나긴 코로나 방학을 함께 버텨내는 아이들

올해 3학년이 된 첫 딸은 작년에 비해 많이 변했다.

무엇이 우리 딸을 그리 변하게 했을까?  

(#의심스러운 사춘기 호르몬들!!!!  # 초3병???  # 유튜브 중독현상?)


순둥 6세 시절



태어날 때는 꽤 예민한 베이비였지만, 그래도 나름 순둥순둥 하게 자랐다.

엄마 아빠의 사랑 실컷 먹고, 친구들의 사랑도 실컷 먹고, 자존감도 제법 높게 그렇게 잘 자라는 듯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에게 쏠렸던 관심이 줄었다.

100%의 엄마의 관심을 받던 아이는 어린 동생에게 70%의 시간을 빼앗기고, 50%의 관심을 빼앗겼다.

그래도 첫째 아이는 동생을 잘 받아들이고 그런대로 잘 자라주었다.


그런데 3학년이 돼서 얼마 지나지 않은 새 학기 초,

딸아이의 낯선 눈빛,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잘못 들었을까? 잘못 봤을까?'


깜짝 놀라 달려오는 엄마를 보고 아이는 다시 순한 눈빛으로 변하더니 이런저런 변명을 해댔다.

3학년에 벌써 사춘기라도 시작됐나?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변화,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의 계속되는 실수들...

육아와 가사의 끝나지 않는 반복, 그러면서도 아이들의 교육적인 면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내 몸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나였는데...

엄마가 되니 조금 못하더라도 해야만 하는 것들이 늘었다.


육아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아이가 컵을 엎어 물을 쏟았다.

그럴 수 있다. 빨리 수습한다.

아이가 필통을 쏟아 필기구들이 바닥에서 내동댕이 쳐졌다.

조금 화가 나지만 주의를 준다.

동생과 티격태격하다가 미술용 물통을 엎어 물감이 옷에 다 튀었다.

조심성이 없다.


흐리멍덩한 표정은 똘똘했던 2학년 때의 모습이 그리울 지경이었다.

엄마의 가슴 밑바닥에 눌러놨던 감정이 꾸역꾸역 올라온다.

엄마인 나의 표정이 변한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을 한다.

아이는 눈치챘다. 엄마가 화났다는 것을...


아이들은 부모의 표정을 본다..


분개 분개하던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 아침부터 듣던 오은영 샘의 육아 강의를 다시 듣는다.

'화내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나의 마음 위로 선생님이 말하신다.

"엄마의 표정은 죽일 듯 무서운데 말로는 '괜찮아'라고 하죠? 아이들도 다 알아요."

그래.... 아마 내 아이도 나의 이 '욱'하는 감정을 다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하소연할 때도 없고, 답답한 마음에 아이가 없는 방으로 들어가서 노트북을 켰다.

나는 아이의 연이은 실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오은영 선생님의 강의 내용과 오늘 아이의 실수, 그리고 나의 반응, 그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등 머릿속에 생각한 주제를 떠올리며 브런치를 켰다.



<아이의 실수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자뭇 진지한 제목을 쓰고, 대망의 첫 줄을 쓰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리자마자 방문이 살며시 열렸다.

"엄마 화났어요?"

아까부터 눈치를 살짝 살피던 딸아이가 방문을 열고 불쑥 들어왔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며 방에서 나가 달라고 부탁했다.

"엄마 뭐 하고 있었어요?"

아이는 화가 난 엄마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은 눈치였다.

엄마는 이 보편적인 일상의 이야기를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었다.


아이는 내 기분을 살피며 내 곁으로 다가와 안겼다.

나도 안기는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가 내가 쓰려던 브런치 화면을 힐긋 쳐다봤다.

"엄마 뭐 쓰고 있었어요?"

아이는 궁금증 가득한 눈빛으로 저지하는 내 손을 밀어내고 한 글자 한 글자 화면 속 글자를 똑바로 읽어 내려갔다.

"아. 이. 의. 실. 수. 에. 대. 처. 하. 는. 엄. 마. 의 자. 세.?"

아이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엄마, 이거 제 얘기 아니에요?"

"어? 어? 글쎄...."
당황해서 아니라는 거짓말도 못했다.

"엄마, 내 얘긴 하지 마세요. 알았죠?"

잘못한 아이를 잘 타이르듯 부드럽고 점잖은 말투였다.

"아... 어... 알았어. 나가자."


마치 범죄현장을 들킨 듯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급하게 브런치를 닫고, 노트북 화면을 껐다.

꼭 쓰고 싶은 글이었는데....

딸아이와 쓰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너무 오래돼서 이제는 무슨 일이 있었는 지도 기억이 안 난다.

아이가 계속 실수를 연발하고, 엄마의 감정은 폭발하고,

그 분노를 참기 위해 다시 오은영 선생님의 강의를 찾아 듣지 않는 한

그날의 일기는 미완성으로 끝날 듯 싶다.

 

저장함에 간직된 미완성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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