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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Jun 22. 2021

[엄마 일기] 엄마는 나를 안 좋아해...(2)

(엄마는 진짜 나를 안 좋아했을까?)

 엄마는 내가 떼를 쓰면 화를 내셨다. 나는 아이들 셋 중에 가장 말을 잘 듣는 아이였는데... 내가 짜증을 내거나 말을 안 들으면 애 셋이 말을 안 듣는 것이었다. 


 엄마는 사는 게 힘들다고 하셨다. 아빠 때문에 힘들고, 애들 때문에 힘들다고 하셨다. 엄마는 다 때려치우고 싶다고 하셨다. 뭘 위해 사는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엄마는 그냥 훌쩍 떠나고 싶다고 하셨다. 다 싫다고 하셨다.


 '사는 게 싫고, 힘들고, 다 싫은데 아무도 없어요. 내 편은 없고... 모든 게 잘못되면 내 탓이고, 할 일은 많고, 해줘야 하는 일은 많고, 힘든데 힘들어하면 안 된대요.'


 사는 게 힘들 때면 간혹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어떻게 애 셋을 키우며 직장을 다니셨을까.... '

 '나는 애 둘을 키우기도 이렇게 버거운데 엄마는 셋을 키우려고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이는 셋인데... 기억 속에 아빠가 없다.

 아빠는 출근하시고, 퇴근하시면 식사하고 주무신다. 

 물론 많은 일은 있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삼 남매에게는 아빠의 기억이 없다.



 "나는 애들한테 미안할 게 없어. 나는 최선을 다했어. 최고의 아빠를 선물해줬잖아."

 어느 날 내가 엄마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를 선물하기 위해 엄마는 '최악의 엄마'가 되어간다.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어야 하는 엄마가 점점 '무서운 엄마'가 되어간다.


 "옛날에 엄마는 나를 좋아해 줬는데... 이제는 엄마가 나를 안 좋아하잖아."

 "내가 뭘 안 좋아해 줘~ 어릴 땐 너를 위해 나는 최선을 다했어. 돌 때까지 엄마는 너 때문에 잠도 한 숨 못 자고, 너 엎고 살았어... 네가 어린이집 다닐 때도 친구들하고 놀게 해 주려고 어린 동생 데리고 놀이터 전전하고 쫓아다녔잖아. 생각해봐. 1학년 때까지 엄마가 너 안 쫓아다닌 적 있어? 안 해준 거 있어? 최선을 다해 해주려고 했잖아. 너 엄마랑 놀이터에서 놀 때, 동생은 뭐 했는지 알아? 동생은 어린이집에 있었어. 너 학교 끝나고 3시간 놀고, 학원 갔다 와서 3시간 놀 때, 동생은 계속 유치원에 있었어. 그동안 엄마는 너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너는 엄마를 지금까지 독점하고 있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사랑을 뺏겼다고 하면 어떻게 하니? 엄마가 니 옆에 계속 붙어서 숙제 체크하고, 같이 있으면 동생은 뭐하는데? 동생은 두고 너만 봐주라고?"


 화가 났고, 폭발도 했다. 이제는 화를 내지 않겠노라 최대한 참아보겠다고 다짐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은 화가 나도 그저 속으로 삭였다.

 아이의 문제는 대부분 '엄마의 탓'이 된다. 


 "아이는 아이잖아. 어른은 왜 어른인데? 어른이니까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줘야지."

 아이에게 분노한 나를 보고 남편이 답답하듯이 말했다.

 신체적 나이는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내 머릿속에는 '아이'가 들어있다.

 첫째도 둘째도 모두 소중한 딸이지만, 가끔은 내 가장 아픈 손가락인 '어린 나'를 감싸주고 싶다.


 엄마도 사람이니까, 아플 수 있고, 슬플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는데

 왜 엄마니깐 다 참아야 할까.


지나가는 말로 엄마가 말했다.

"나는 주식 걱정이고, 너는 자식 걱정이구나."

엄마의 말처럼 엄마가 되면 '주식'보다는 '자식'이 걱정된다.

 '엄마도 자식 걱정을 했었을까?', '엄마도 내 걱정을 했었을까?'


 내가 그렇게 고민했듯이, 내 딸도 그런 고민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너도 니 자식 낳아서 똑같이 당해봐라!" 

하던 어른들의 무서운 말(?)이 실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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