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두씨앗 Jun 15. 2021

[엄마 일기]아이가아프면... 1

"엄마가 미안해..."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가 아프면 자기 탓을 해요. 

그리고 뭐가 자꾸 미안하대요.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병원에 아파서 주사를 맞으러 오잖아요. 그럼 주사를 잘못 맞거나 그러면 아이가 울잖아요. 

그러면 엄마들은 더 큰 소리로 울면서 미안하다고 외쳐요...(중략)" 


 아이의 육아가 마음대로 안될 때, 오랜만에 youtube에서 오은영 박사님의 강의를 들었다.

참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나부터가 아이가 아프면 '미안했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뭔가 잘못한 듯 미안했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종종, 자주, 계속 아프다.


공부를 잘했으면, 말을 잘 들었으면, 숙제라도 했으면, 

이런 엄마들의 욕심도 아이가 아프면 모두 사그라든다.

"그래. 엄마가 다 미안해. 이제 아무것도 안 바랄게. 건강하게만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나도 내 아이들에게 그 말을 얼마나 수없이 되뇌었는지 모른다.

열이 펄펄 날 때, 병원에서 낯선 병명을 진단받을 때마다 나는 그게 모두 내 책임 같았다.

몇 날 며칠을 이유를 찾아 헤맸다.

'뭐가 잘못이었을까?'

'언제부터 그러던 걸까?'


임신했을 때부터, 아니면 태어나서? 아니면 돌 지나서? 아니면 그 이후에 

어디서 아이의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인지 끊임없이 되물었다.

내가 생각에 빠져들 때마다 아이는 혼자 동굴 속에 들어간 엄마를(나를) 기다렸다.


엄마의 동굴은 너무 깊어서도 너무 오래 들어가서도 안 되는 곳이다.

아이가 찾으면 언제든지 동굴 문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어쩌면 애초에 문 따위도 없었는지 모른다.

그저 조금 외진 곳, 그저 조금 조용한 곳....

(그저 머릿속을 조용히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작은 공간과 시간 정도만이라도...)


나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잘 간다. 

자주 아프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병원에 빨리 가서 빨리 치료하는 것을 선호한다.

뭔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으로 간다. 

(특히 감기는 병원에 빨리 간다. 나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으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알 수 있고, 감기약을 먹으면 빨리 낫는 편이라 빨리 낫기 위해 빨리 병원에 가는 편이다.)


그런데 종종 아이가 아플 때는 망설이게 될 때가 있다.

'왜???' 아이가 아픈데 왜 망설이게 될까?

물론 감기는 빨리 간다. 감기는 약을 빨리 먹고 잘 쉬면 빨리 나으니깐 병원도 빨리 간다.

하지만 그밖에 병원들은 가기 전에 망설이게 된다. (정형외과, 피부과, 치과, 안과, 키성장센터, 마음&심리 등)

병원에서 혹시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어쩌지?

그게 아마 내가 쉽게 아이와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하던 이유였는 지도 모른다.


"치료가 필요합니다."

엄마인 나는 어쩌면 그 말을 두려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전 15화 [엄마의 일기] 나는 엄마처럼 살기 싫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