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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Sep 23. 2021

[시] 우리 9월에 만나요

9월에 만나요 - 나태주


봄이 올까요?

추운 겨울을 이기고

우리 마음에도

분명 봄은 찾아올까요?

그렇게 묻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가을은 올까요?

우리 마을에도

사나운 여름이 이기고

가을은 분명 찾아올까요?


옵니다 분명

가을은 옵니다

9월은 벌써 가을의 문턱

9월은 치유와 안식의 계절


우리 9월에 만나요

만나서 우리 서로 그동안

힘들었다고 고생했다고

잘 참아줘서 고맙다고

서로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며

인사를 해요


여름에 핏발 선 눈을 씻고

말갛고 말간 눈빛으로 만나요

그날 그대의 입술이 봉숭아 빛

더욱 붉고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 나태주 시인






<우리  9월에 만나요>     연두 씨앗



우리의 인생도 언젠가 펼쳐질 

봄날을 기다리던 시간이 있었다.

땅 속에서 꽃으로 피어나길,

초록의 잎으로 자라나길,

푸르른 나무로 커 나가길 바라던 시절이 있었다.

봄날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갔다

밝은 햇살이 너무도 눈부셔서...

꽃샘추위의 시기가 너무도 냉혹해서...

서로 다른 이유로 우리의 봄은 지났다.








얼마쯤 걸었을까.

아직도 여름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스산한 찬바람이 한껏 몰려왔다.

하늘에 흰 구름을 보며 가만히 바라본다.

바람에 이끌려 어딘가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저 구름처럼 

우리도 그렇게 세월에 이끌려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다.



가을의 문턱에서

그리워하자.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한 그때를

여름의 열기처럼 뜨거웠던 그때를







가을의 문 앞에서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그동안 고생했다고

힘들진 않았느냐고

잘 견디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라도 써보자.

문자라도 보내보자.

그냥 그 마음만이라도 보내보자.

9월이 가기 전에 

그리운 그 사람을 찾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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