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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Jan 13. 2022

[주제글] 길 위에 서서

인생에도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단풍 든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미국의 시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을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스무 살, 대학교 1학년 강의 시간에 이 시를 처음 접했다.

 시의 문구를 천천히 읊어가며,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던지, 나는 결국에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하게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 시 앞에서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나는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계속 후회하며 살아오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선택이란 갈림길에 서게 된다.

가끔은 앞이 훤히 보이는 길도 있고, 가끔은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한 길도 있다.

'한 번 떠나면 다시 되돌아오기 힘들다'라고 생각해서였을까?

나는 살면서 갈림길에  때마다 많이 망설였고, 인생의 많은 시간을 '내가 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데 쏟아부었다.


나는 길을 걷는 대신, 길에 대해 미리 생각하곤 했었다.

저 길은 어떤 길일까? 저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저 길은 호수로 이어지는 길일까? 아님 더 깊은 숲으로 가는 길일까?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  앞에서 항상 망설였다.

그리고 해가  무렵이 돼서야 허둥지둥 선택한 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혼자는 싫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싫어했었다.

프로스트 시인처럼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은 길보다는 조금은 한적한 길을 선택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혼자가 외로워서 슬펐고,

앞날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에 혼자 떨어야 했으며,

그런 생각들로 인해 발걸음이 느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걸었던 것 같다.


한 걸음 떼고 쉬고, 두 걸음 걷고 오래 쉬고,

세 걸음을 걷고 주저앉기도 했지만 걷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나온 길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후회를 달고 살아왔으니까...

'이미 떠나간 것들', '방금 놓쳐 버린 것들', '손을 뻗기도 전에 미리 포기해버린 것들'...

살다 보면 후회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물었다.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면, 너는 어떤 과거를 바꾸고 ?"


노력하지 않고 쉽게 포기했던 과거를 바꿔볼까?’

생각하니 포기하고 얻었던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상처받았던 사랑의 기억을 지워버리면?’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던 최악의 실수들을 지워보면 어떨까?’

아마  과거가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미성숙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해서 상처받고 말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의 선택들은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다.

수없이 많은 과거의 선택을 되돌려보고서야 알았다.

때로는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먼저 생각했고,

때로는  자신만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모든 것들은 당시에 내가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내 인생의 숲에도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것이 지금의 내 인생을 바꾸어놓았다고 한들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나는 인생의 수 없이 많은 갈림길에서 서성이고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후회의 마음이 들 때마다

그 길을 선택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굳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의 생각은 이제 내려놓자.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앞으로 선택한 길에 있는 나의 '목적지'이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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