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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글] 벚꽃은 핑계, 목적은 너

괜찮아, 봄이니깐

by 연두씨앗 김세정
미소다 그림 / 글 연두씨앗 (글과그림이 만나다)

"뭐하니? 날씨도 좋은데, 또 방구석에서 처박혀서 있지? 할 일 없으면 지금 나올래?"

"지금? 갑자기?"

"벚꽃이나 보러 가려고, 할 일 없잖아. 지금 나와"


봄이 되더니 마음이 변한 건가?

요즘 계속 냉랭하던 그 사람이 갑자기 꽃을 보러 가잔다.

자존심 없는 마음이 쿵쿵대며 방망이질을 시작한다.

'나대지 마! 심장아~'



"5분 기다릴게. 안 나오면 나 혼자 간다."

"5분 만에 어떻게 나가!"

"그럼 5분 더 줄게, 10분 안에 나와."


마지못한 척 약속을 잡고, 옷장부터 뒤진다.

'오늘도 나의 옷장의 마법은 변함이 없는구나'

옷장 가득 옷은 넘치는 데, 정작 입고 나갈만한 옷은 쏙 사라져 있었다.


데이트 신청도 아니고, 그냥 툭 던진 약속에

로맨틱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은 이런 불친절한 약속에도

마음이 두근대는 건....

아직도 여전히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봄이라고 그런 거라고 마음을 다져본다.


10분 만에 최선을 다해 꾸미고 나갔는데

언제나처럼 보는 둥 마는 둥!

무작정 앞만 보며 걸어가는 그 사람을 따라 걷는다.



봄인데, 지천이 연인들인데

내 마음은 이렇게 설레는데, 전혀 설레지 않는 우리 사이.

뭐 그러면 어때, 봄인데....

그 사람과 함께하는 꽃구경인데...

따사로운 봄날, 꽃 길을 걸으며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되뇌어본다.


'저기, 나 꽃 보러 온 거 아니거든? 너 보러 온 거거든.'

'앞만 보고 걷지 말고, 꽃만 보고 걷지 말고, 나도 좀 봐주면 안 될까?'


내 마음이 들린 걸까?

그 사람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나를 본다.

"와 꽃 진짜 이쁘다. 나오길 잘했네, 잘했어."

이번엔 내 눈동자가 벚꽃을 따라 흩날린다.


가까이 있어도 마주 보기가 참 힘든 사람이 있다.

봄이 온다.

봄이 왔다.

곧 꽃이 필 것이다.


그냥 무심히 툭 던진 그 말.

"우리 꽃 보러 갈래?"

꽃 피는 봄날, 기다려지는 설레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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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mm)

테라스카페, 글과 그림이 만나다 3/16일(목) p9:00~

그림 : 미소다 @misoda.sotry

글 : 연두씨앗 @moonset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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