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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소설] 소울메이트 (이별독감 3)

- 예정된 인연?

by 연두씨앗 김세정

[정우 : 노정우예요. 미안해요 너무 늦게 연락했어요. 염치없지만 다시 한번 만나줄 수 있어요?]

[유정 : 안녕하세요. 그런데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자기 연락 와서 좀 놀랐네요.]

[정우 : 뜬끔없죠.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요. 계속 생각은 났는데 연락을 못했어요. 시간 있어요?]


유정은 소개팅한 지 3주가 지나고서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해 온 정우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두 번째 만난 정우는 처음보다 훨씬 밝은 모습이었다.

"너무 늦게 연락해서 미안해요. 계속 생각났어요. 그런데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유정씨가 저를 마음에 들어하지는 확신도 없고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해서 연락이 늦어졌어요. 미안해요. 유정씨만 괜찮다면, 우리 계속 만나보는 거 어때요?"


소개팅 후 3주의 시간이 흐른 만큼 다시 연락한 정우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유정에게 자신이 속마음을 시원하게 표현했다. 유정은 달라진 정우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여전히 정우는 좋은 사람이었고, 유정도 어느새 그런 정우를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밥을 먹고 신촌 거리를 걷던 두 사람을 누군가 불러 세웠다.

"아주 잘 어울리는 커플이네. 궁합 한 번 보고 가요. 선남선녀니까 내가 특별히 궁합 보면 만원 빼줄게."

"저희가 커플 같아요?"

"커플 아니면 뭔데?"

둘을 커플이라 자신 있게 믿고 있는 여자를 보며 정우와 유정은 조용히 웃었다.

"커플이 아니면 곧 커플이 될 사람들?"

"그럼 한 번 봐주세요. 저희 둘의 궁합이 어떤지~"

정우는 우두커니 서 있는 유정의 손을 끌고 사주카페라 쓰여 있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여자는 종이에 정우와 유정의 생년월일을 적고 한자로 하나하나 사주를 풀어냈다.

"커플 맞네. 아주 잘 맞는데? 서로 필요한 게 다 있어서 처음부터 확 끌리는데 어떻게 커플이 아니야. 아주 질기고 깊은 인연이네."

유정과 정우는 자신들의 관계를 단정 짓는 점쟁이 여자의 말에 슬며시 미소 지었다.

점쟁이 여자는 정우와 유정이 커플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적어도 앞으로 두 사람이 커플이 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정우와 유정은 뭔가 확신에 찬 여자의 말에 웃음이 나왔지만 웃음을 꾹 참고 자신들의 사주와 궁합에 대해 들었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 궁합은 좋아. 서로 기싸움하지 말고 조금씩만 양보하면 돼. 그럼 아무 문제없을 거야."


점쟁이 여자가 궁합에 대해 떠드는 사이, 정우의 전화벨이 울렸다.

"저 잠시만요."

정우가 핸드폰을 들고 사라지자 점쟁이 여자 얼굴에 미소가 싹 사라졌다.

"아가씨는 이 남자랑 헤어져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아가씨는 남자를 만나면 만날수록 더 좋은 남자가 오는 운세니까. 내 말 잘 새겨요."

"잠깐만요, 아까 인연이 맞다면서요."

"인연은 맞아. 질긴 인연은 맞는데... 내 말은 혹시 헤어지더라도 슬퍼하지 말라는 거지. 더 좋은 사람 만날 테니까."

정우가 돌아오자 점쟁이 여자는 다시 웃음을 띄고 나머지 궁합에 대해 마무리 이야기해줬다.


유정은 점쟁이의 말이 신경 쓰였다. 정우와 유정은 아직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소개팅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였고, 아직 연인이 된다는 보장도 없었으나 점쟁이의 말이 계속 머리 속에 맴돌았다.

'시작도 안 했는데... 헤어져도 슬퍼하지 말라고? 뭐야 그게.'


유정이 딴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정우가 슬며시 다가와 있었다.

"사주나 점 같은 거 나는 안 믿어요. 그래도 유정씨랑 나랑 잘 맞는다니 기분은 좋은데요?"

정우는 멍하니 서 있는 유정의 손을 잡아끌었다.

"궁합도 봤는데... 오늘부터 연애할래요. 우리...?"

유정과 정우가 다시 만난 날, 점쟁이 여자의 말처럼 유정과 정우는 연인 사이 되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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