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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소설] 소울메이트 (이별독감4)

- 아주 아주 편안한, 행복.

by 연두씨앗 김세정

오랜 자취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유정은 항상 외로웠었다. 그나마 있던 대학교 친구들도 졸업과 취업이란 이름 아래 사라졌다. 낯선 서울 하늘 아래에서 유정은 혼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런 유정에게 정우는 기댈 어깨가 되어주고, 속상한 마음도 달래주며 유정을 위로해줬다. 유정은 정우와 함께 있을 때는 현실이 아닌 꿈속에 사는 것 같았다.

정우와 함께할수록 유정은 더욱더 반짝반짝거렸다. 유정은 더 이상 우울해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즐겨 듣던 슬픈 가사의 이별노래도 더 이상 유정의 마음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유정은 MP3의 슬픈 이별노래들을 지우고 새로 밝은 사랑 노래들을 담았다. 그리고 정우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를 찾아 메모지에 기록했다.


정우는 유정에게 든든한 오빠 같았다. 회사에서 겪은 힘든 일과들이 정우를 만나면 눈 녹듯 녹아버렸다. 적어도 정우와 있을 때만은 유정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정우의 무릎에 누워있던 유정이 작게 속삭였다.


그사세 3.JPG


"정우씨, 나는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의존하며 살지 않았는데, 당신을 만나면서 변한 거 같아. 의지하고 싶어 져. 마음이 편해져. 항상 긴장하고 날을 세우고 있었는데 정우씨를 만나면 그 마음이 눈 녹듯 녹아버려. 그냥 뭔가 따뜻하게 안겨서 맘껏 애교 부리고 그냥 사랑받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들어"


"지금 나한테 고백하는 거야?"
정우는 유정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떠돌이 강아지가 주인 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어떤 아이를 만난 거야. 그리고 그 어떤 아이가 날 데려다가 키워주는 거. 따뜻하게 씻겨주고, 먹여주고, 잠도 재워주고...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그렇게 막 길들여지는 느낌?"


"그럼 네가 강아지고 내가 강아지 주인이야?"


"당신은 어린 왕자, 나는 여우? 이건 어때? 뭐가 돼도 좋아 강아지든 여우든 나를 사랑해줘. 그럴 거지?"


유정은 벌떡 일어나 정우에게 와락 안겼다. 정우도 그런 유정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따뜻한 정우의 품에 안겨서도 유정은 문득 이 행복이 꿈은 아닐까?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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