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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소설] 소울메이트 [이별독감 5]

-우리가 사랑한 시간.

by 연두씨앗 김세정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집에 오면 미역국이라도 끓여줄 텐데... 내가 바빠서 한 번 올라가 보지도 못했네."

"밥이야 알아서 잘 챙겨 먹으니 신경 쓰지 마. 미역국은 뭐 좋아하지도 않는데."

"다음 주엔 내려와. 미역국 싫으면 네가 먹고 싶은 걸로 해줄게."


전화를 끊고 유정은 핸드폰에 뜬 여러 명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정우의 메시지도 확인한다.

[오늘 끝나는 시간 맞춰서 학원 앞으로 갈게. 보고 싶어... ]



수업이 끝나자 동료 선생님들이 유정의 생일을 축하해줬다.

"오늘 무지 신경 쓰고 온 거 보니 데이트 있나 봐? 우와 부럽다. 부러워."

"부러우면 선배도 얼른 남친님께 전화하세요."

유정은 부러운 듯 바라보는 선예를 뒤로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정우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놓고 잠들어 있었다. 유정은 정우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차문을 열고 차에 탔다.

유정은 잠든 정우의 얼굴을 살펴봤다. 조금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유정은 정우의 숨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당잠사 잠든.JPG


유정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차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깼어? 안 깨게 하려고 조심해서 운전했는데... 많이 피곤했나 봐?"

"정우 씨 자길래. 나도 잠깐 눈만 감고 있으려고 했는데... 나 많이 잤어? 여긴 어디야?"

"여기서 잠깐 기다려봐.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정우는 트렁크에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는 건물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유정은 정우를 기다리며 그가 그녀를 위해 골라둔 음악 CD를 들었다. 모두 그녀가 정우와 함께 듣고 싶다고 적어놓은 곡들이었다.



유정은 화장실에 들어가 20분째 돌아오지 않는 정우가 신경 쓰였다.

"어디야? 왜 안 와?"

"아... 나 아까 먹은 게 잘못됐나봐.. 배탈 나서 지금 못 나가겠어. 조금만 더 기다려줘."

"괜찮은 거야? 약국 가서 약 사 올까?"

"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화장실 갔다 오면 괜찮아질 거야. 미안, 금방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줘."


유정은 정우와 전화를 끊고 디지털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설마 아까 그 가방 몽땅 들고 간 게 뭐 생일 이벤트 이런 거 하려는 건 아니겠지? 근데 갑자기 왜 배탈이 났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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