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콕소설] 소울메이트 (이별독감6)

- 그녀의 생일.

by 연두씨앗 김세정

유정의 걱정과 달리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정우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배는 좀 괜찮아? 뭘 먹었는데 그래?"

유정은 정우의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주었다.

"배는 이제 괜찮아. 이제 따라와 봐."

유정은 정우를 따라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는 밖과 달리 어두컴컴했다. 은은한 촛불을 따라 테이블까지 촛불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유정은 피씩 웃음이 나왔다.

"이게 뭐야. 설마 이거 준비하느라 배가 아팠던 거야?"

정우는 수즙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유정의 손을 잡고 테이블로 향했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생일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생일 축하해. 좀 더 멋진 곳에서 더 근사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유정은 코가 시큰거렸다.

"충분히 멋져. 충분히 근사하고.. 그냥 당신이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충분해."


유정은 머쓱해하는 정우에게 폭 안겼다.

정말 그랬다. 유정은 생각지도 못한 정우의 선물에 감동했다.

유정은 오늘이 꿈만 같다고 생각했었다.

유정은 흔들리는 촛불을 보며 생각했다.

늘 행복하다고 생각했었고, 또 늘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 유정은 정말 행복한 날이었다.

유정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정우는 작정한 듯이 유정이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고백영상을 보여줬다.


[안녕, 유정아.

너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해.

항상 날 보고 환하게 웃어주는 네 모습에 나는 오늘도 힘을 내.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게 기뻐.

..........

앞으로도 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랑하자. 사랑한다, 정유정. 영원히...]


다른 말은 다 참을 수 있었다.

유정의 마음을 울린 것은 '영원'이라는 단어였다.

'영원한 사랑' 그게 가능한 일인가?

유정은 본래 영원한 사랑을 기대하면서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유정에게 '영원하자' '사랑한다'는 말은 낯간지럽고 흔한 미사여구 일 뿐이었다.


'정우가 약속하는 그 '영원'이라는 말은 얼마나 되는 기간일까...

정말 끝이 없이 이렇게 계속 행복할 수 있다는 걸까?'

유정은 갑자기 눈물이 났다.

첫 번째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였고

두 번째는 이 행복이 영원하지 못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고

그리고 마지막 세 번 째는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할 정도로 가득 차 올랐기 때문이었다.


유정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고, 정우는 유정을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유정은 이 시간은 아주 오래도록 흐르지 않고 그대로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물.JPG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中>

언제까지나 사랑하자는 정우의 말이...
행복하면서도 이뤄지지 않을 것만 같은 생각에 유정은 가슴이 아파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방콕소설] 소울메이트 [이별독감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