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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Mar 29. 2024

ᴇᴘ. 80 보통 문장의 위로

[말에는 힘이 있어요]



취향이 비슷한 지인에게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다름 아닌 그림책이었다 단어 수집가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었는데 본인은 이 책을 읽으며 두 번이나 울었다 했다 너도 꼭 봐야 해 정말 좋다니까 아마도 울었다는 말이 없었다면 내가 읽어야 할 책 열댓 번째 정도 줄을 세워 뒀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좋길래 그러지 궁금한 마음에 빠르게 책을 넘기다 한 페이지에서 눈이 멈췄다 있잖아 어떤 말은 간단하지만 아주 힘이 세 괜찮아 미안해 고마워 보고 싶었어 단순하고 어려운 단어랄 게 없는 이 글들을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여러 번 읽었다 간단하지만 힘이 넘치는 말들엔 분명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서려있다 그러다 힘들어하는 후배가 생각나 급하게 메일을 한 통 썼다 당장 써야만 한다는 알 수 없는 의무감 같은 마음이 들어서


지금 느끼고 응원하는 이 마음을 당장 전해야겠다는 결기와도 같은 심정이었다 눈물이 마르기 전 서둘러 메일을 썼다 구구절절 긴 메일이었다 급하게 쓰느라 분명 잘 쓴 문장은 아니었지만 지금 느끼는 내 마음을 고이 전하고 싶었다 몇 십 분이 지났을까 후배에게서 답장이 왔다 외출하는 길에 답장을 한다며 그녀도 지금의 이 마음을 꼭 전하고 싶어서라고 시작하였다 쭉 읽는데 한 문단에서 익숙한 문장이 보였다 언니 우리는 잘 알고 있잖아요 어떤 말들은 그 무엇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요 후배를 위로하겠다고 메일을 썼는데 되려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위로받고 싶어 쓴 메일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다 나에겐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던 답장을 읽고 또 읽으며 위로받았다 후배가 고마워요 다음으로 많이 채운 문장은 많이 고마워요였다 간결하며 특별하지 았았던 그저 보통의 문장이었지만 그 말은 어떠한 말보다 위로가 되었고 어떠한 말보다 힘이 센 말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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