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삶]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아 새삼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세상에 좋지 않은 문장이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알맞게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이 있을 뿐 어떤 문장은 머릿속에선 분명 깔끔했거늘 글자로 옮기고 나면 이상하게도 너무 장황하거나 다소 정리가 덜 되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특히 우리말로 기술된 문학은 어순이나 문장성분이 항상 일정하지 않으니 표현하는 바가 가장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 세심을 요해야 한다
글을 쓸 땐 단어의 뜻과 순서 그리고 다른 성분들과 호응하는데 문제가 없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물론 구두점의 위치와 필요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지만 심지어는 문법적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문장이라 할지라도 퇴고는 꼭 필요한 법이다 그리하여 문장이란 올바른 관심이 지속될수록 더 맑고 정확한 소리를 낸다 어쩌면 사는 일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람에 관한 글을 쓰다가 새삼 느꼈다 살아가는 일 또한 매번 마음을 다듬어가는 일이라는 걸 어쩌면 이렇게 표현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좋지 않은 문장이란 없듯이 세상에 좋지 않은 감정이란 없다 다만 알맞게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이 있을 뿐
실로 삶은 글보다도 훨씬 더 많은 퇴고와 정돈이 필요한 법이다 누구도 단순히 틀리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니까 법과 도덕을 넘어서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에게 알맞은 행복을 끊임없이 추구하기 위해서 우리는 살아간다 하지만 잘 지내다가도 덜컥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별것 아닌 한마디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도 한다 어쩌면 쉼표가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어떤 관계에는 마침표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 예컨대 틀리지 않은 문장도 퇴고가 필요하듯 마음을 다듬는 일 역시 언제나 힘든 상황에 당도하여서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때가 되면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반듯하게 다듬어야 할 것보다 추구해야 할 것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되뇌며 스스로에게 자신의 감정과 당당히 동행할 권한을 선사해야 하니깐 마찬가지로 이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에도 수많은 퇴고의 과정이 요구되었다 이 글에도 긴 시간 동안의 고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완벽히 완성된 문장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 더 좋은 글을 위해서는 앞으로도 보다 세심한 관심을 쏟아야만 할 것이다 나는 믿어본다 세상에 좋지 않은 감정이란 없으며 그저 알맞게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이 있을 뿐 그리하여 다시금 애정을 담아 한 자 한자 이 글을 써 내려간다 바라건대 삶의 영역에서 그 어떤 감정도 감히 기피되거나 낙오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