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그림자 Nov 13. 2023

ᴇᴘ. 36 마음

[마음은 마음으로]



평소 과장 없는 담백한 말투를 좋아하지만 고마워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좀 너스레를 떨며 말하는 것이 좋다고 문득문득 생각한다 그런 말을 꺼낼 때마다 호들갑 떠는 걸 선호한다는 게 아니라 열 번에 한두 번 정도는 벅차하는 얼굴이나 가벼운 스킨십 또는 눈물과 함께 그런 말을 하는 게 좋다고 쑥스럽다고 올라오는 감정 억누르지 말고 그냥 말만 툭 내놓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형태화해 보려 시도하는 것이다


잘 되든 잘 안되든 모양 없는 마음을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보여주려고 다방면으로 애써 보는 것이다 돌아가는 바람개비로 바람의 존재를 증명하듯 마음의 작용 때문에 생겨난 어떤 제스처와 표정을 상대에게 가감 없이 보임으로써 자기 마음의 존재를 고스란히 증명해 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이 어떤지 그 사람이 알고 있다는 걸 내가 안다 하더라도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 것이다 아니다 사실 그 모든 건 시도도 아니고 애쓰기도 아니고 노력도 아니다


정말 고마운 사람 너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아무런 인위성 없이 훌쩍 이거나 파안대소하며 중언부언하게 된다 자연히 또는 속수무책으로 그 사람 손을 세게 잡거나 그 사람을 끌어안게 된다 억지로 내밀거나 던지지 않아도 그것이 진심이라면 마음은 알아서 마음에 가닿을 것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내가 가진 마음을 말소리 안에 꾸역꾸역 눌러 담듯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열중해서 고하고 싶다


늦봄의 햇살처럼 한겨울 시골집 군불처럼 따뜻하지만 따갑지는 않은 온기를 누군가에게 정성껏 전하고 싶은 것이다 마음이 마음의 일을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지 못하고 뭐라도 하고 싶어 하는 것이 그곳에 커다란 사랑이 있다는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명백한 증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음에서 범람한 사랑은 모조리 어떤 의욕과 열의가 된다 그래서 사랑이 줄기 무섭게 사람의 행동반경은 좁아지고 활동량도 줄어든다 눈앞에 있어도 애틋하고 종일 내 옆에 가만히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 주는 순간을 나는 한 번씩 기쁘게 상상해 보곤 한다


그것은 안정적이면서도 조금은 단조로워 자정 같은 내 일상 언저리에서 시작되는 환한 불꽃놀이일 것이다 그날 이후로는 마음에 어둠이 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밤 없는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그뿐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전하고 사랑을 받는 것 나는 마음에 낀 그늘을 걷어 가 주는 또 다른 수단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_마음은 알아서 마음에 가 닿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ᴇᴘ. 35 취향의 향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