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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그림자 Dec 06. 2023

ᴇᴘ. 44 시간과 순간

[사소한 고민들]



가끔 글을 쓰다 보면 아주 사소한 문제로 한참을 고민하게 되는 때가 있다 대체로 어떤 단어를 고를 때 생기는 일이다 예를 들어 '어느 새벽, 문득 너와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라는 문장을 쓰고 있었다고 치자 다음 문장을 쓰려고 하는데 갑자기 '순간'이라는 단어가 왠지 모르게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시간이라는 단어를 대신 넣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때부터 다음 문장은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그렇게 고민의 밤이 시작된다 사실 그 작은 단어 하나까지 신경 쓰며 글을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도 사소한 고민에 혼자서 잔뜩 의미를 부여하고는 다른 일도 제쳐 두고 몇 번이나 같은 말을 썼다 지웠다 한다 보통은 그러다 지쳐 잠드는 경우가 많다 웃긴 건 며칠 뒤 같은 글을 다시 읽으면 도대체 왜 이런 문제로 고민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단어를 단번에 찾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 문제에 대한 선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 이후부터 우리는 그 무게만큼의 때로는 그보다 더 무거운 책임도 감당해야만 한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사소한 것들도 후에 다가올 책임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커다란 문제가 된다 조금만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누구나 그렇다 시간과 순간의 사이에서 끝없이 헤엄치며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버틴다 반복되는 선택에 지칠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오늘은 초록색 양말을 신을까 노란색 양말을 신을까 샤워를 먼저 할까 양치를 먼저 할까 세상에 그런 가벼운 선택들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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