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일기]
한 편의 글을 만들려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적절한 단어의 선택과 절묘한 조합이 필요한 법이다 물론 편하게 적는 글과 일할 때의 글은 많이 다르다
어려운 단어를 배열하여 보는 사람으로 인해 전달력을 떨어지 게 할 순 없다 그렇다고 일에 관련된 전문용어를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석적인 글쓰기를 토대로 보통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는 지식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여기에 살짝의 개성이 들어가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
시작은 마치 하얀 캔버스처럼 그리고 쓰레기통에 마구잡이로 구겨져 들어가 있는 종이 같은 원고로 시작하여 수정하고 다듬는 반복을 거쳐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사실 일에 관련된 글을 쓸 땐 정확하지만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보 전달을 하는 게 중요하기에 새벽 시간에 쓰는 글이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글이라는 건 내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인데 새벽이라는 소스가 들어가게 되면 이상하게 글이 느글거려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새벽에 쓴 글을 아침에 보고 이불킥을 한 적도 여러 번 결국 또다시 수사를 보긴 하지만 말이다
이 습관을 고쳐야지 하면서도 새벽에 집중이 더 잘 되는 건 사실이다 아마도 이건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밤 부엉이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가 아닐까 근데 어떤 날은 낮에도 술술 자연스럽게 글이 풀어지는 경우가 있고 어떤 날은 새벽에도 한 문장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글에 관해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서 그런지 항상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문장 스타일을 알고 있기에 처음엔 간결하고 명확한 전문성이 보이는 글처럼 보이려 부단히 도 애를 썼다 물론 처음부터 전문 작가님들처럼 깊이 있고 개성 있는 글을 잘 쓸 수 있었다면 난 아마도 작가를 했었겠지만 고작 두세 페이지 어떨 땐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짧은 문장들이지만 새로우면서도 특별함을 느끼게 하는 아이디어와 참신함 개인의 전용어가 아닌 누구나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트렌드의 리얼리티를 잘 전달해 줘야 하는 입장에서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많이 아는 게 좋고 글도 많이 읽어야 하고 많이 써봐야 한다 언제인가 재미로 타로점을 본 적이 있는데 나보고 가방끈이 아주 길어요 하시던데 그게 이런 의미였나 싶기도 하네 다행히 그게 무엇이든 배움을 즐기는 편이고 큰 스트레스보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더 많이 느끼는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난 언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가님들을 존경한다 책을 한 권 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혼을 갈아 넣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함축적인 언어로 감정의 모든 것들을 녹여 권력자인 독자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다니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이오덕 작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쁜 글이란 무엇을 썼는지 알 수 없는 글 알 수는 있어도 재미가 없는 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쓴 글 자기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을 흉내 낸 글 마음에도 없는 것을 쓴 글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쓴 글 읽어서 얻을 만한 내용이 없는 글 곧 가치가 없는 글재주 있게 멋지게 썼구나 싶은데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없는 글이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평소 말의 언행도 예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가 결국 나를 표현하는 거고 그 표현의 익숙함이 자연스레 글에 녹아든다 생각하니깐 그러니깐 결론은 쉽지 않겠지만 일에 관련된 글을 쓸 때만큼은 가능한 새벽만은 피하자라는 것과 평범하지만 특별함이 돋보이는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렵다는 것 그리고 늘 글은 진실되게 써야 한다는 것 그리고 볼품없는 나의 글이라 할지라도 단 한 명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 난 그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위의 사진은 예전 사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간되는 잡지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이쪽의 종사자로서가 아니라 난 아직 신문도 그렇고 종이 매체가 참 좋은데 말이다 수 십 년 전통을 이룬 매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는 건 삶에서 낭만이 사라져 버리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변하는 세상을 받아들이기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