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상대에게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며 그 관심 덕분에 상대방은 자신의 행위와 발화에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 자신감으로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에 대해 자각할 수 있기에 더 풍부하고 다양한 자아를 찾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방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간과함으로써 보통을 넘어서는 몰입 상태에 빠져든다 그래서 아직 혹은 이미 보통의 자리에 선 사람들에게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지겹다 그럼에도 아직 혹은 이미 보통의 자리에 선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물을 것이다 저들은 보통의 한 인간 외에 무엇이 보이기에 저럴까
분명 사랑은 특별한 경험이다 누가 나를 바라본다는 행위는 내가 존재함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낭만주의자들은 어쩌면 나를 특별하게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나의 말과 일상은 의미 없는 내뱉음과 환경에 대한 단순한 반응에 불과했다고 너스레를 떨 수도 있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는 수많은 당연한 관계 속에서 나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새겨두려는 타자를 곁에 두는 듯 보이는 날들은 며칠간 신비로울 만큼 많은 햇빛이 쏟아지는 꿈같은 경험이자 현실에서 서러움을 덮어주는 고운 방패막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