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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Sep 15. 2023

22개월 아기와 홋카이도 여행 -1

노산일기

드디어 학수고대하던 여름 휴가가 다가왔다.

극성수기 시즌은 경비가 비싼 탓에 마지막에 걸친 느낌으로 8/30 - 9/3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도전 혹은 시도해 보는 것들이 많았다.

한시간 정도는 아기가 비행 시간을 무난히 견디니 조금 시간을 늘려 보기로 했고,

운동신경이 둔해서 조금 걱정이 되지만 남편에게 일본에서 렌트카 운전을 시켜보기로 했고,

2박 3일의 여행은 다소 아쉬우니 살짝 날짜를 길에 잡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된 곳이 홋카이도였다.


나는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늘 기억에 좋은 것만 남아 있었던 곳이라 꼭 남편에게도 그곳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다만 정작 가고 싶던 시레도코 같은 섬의 끝자락은 아기가 장시간 운전을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 오타루와 노보리베츠 등의 일반적인 장소 위주로 다니기로 했다.


극 J인 나는 3개월 전에 이미 숙소와 시간대별 일정까지 다 짜 두었기 때문에 좀 맘 편히 여행을 기다릴 수 있을까 했는데 아니 웬걸, 3개월 동안 일정을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최종적으로 숙소도 경로도 보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약간 진이 빠졌다.

일하랴 아기보랴 집안일 하랴 요즘처럼 일상이 피곤하고 바쁜 때에는 이렇게 미리 여행을 확정하지 말아야겠다 싶다.


그래서 22개월 아기와 홋카이도 여행은 어땠냐고? 결론부터 얘기하면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이것은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이었다. 아이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남편도 힘든 여행이다. 아이를 동반한 여행은 도심이나 휴양지가 최고인 것 같다(라고 얘기하지만 휴양지 여행 자체를 안 해본 1인..). 어쨌든 홋카이도는 너무나 크고, 아기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의외로 적었고, 유모차로 대자연을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지나면 다 좋은 추억일테니 잊혀지기 전에 복기를 해 본다.


8/30 수

14:05-16:45 신치토세 공항 도착

17:45-18:45 공항-삿포로 JR 쾌속에어포트 이동

19:00 숙소 체크인 나카무라야

19:30 저녁식사 인근 이자까야


낮비행기라고 짐싸기를 꾸물거렸는데 그래도 9-10시 사이에는 출발해야 얼추 여유있게 가겠다 싶어 막판에 서둘렀다. 휴가철이 끝나가서인지 날짜가 수요일이라 그런지 공항에 사람은 많지 않았으나 여러 지연 요소들이 곳곳에 있어 막상 탑승장에는 빠듯한 시간에 도착

한데다 한시간 랜딩 지연이 되었다. 1공항은 아무래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

신치토세 공항에도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수속을 일사천리로 했다. 오랜만에 오니 길이 기억했던 것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Jr은 45분 정도 소요되었다. 1150엔. 7시 넘어서야 숙소 도착했다. 숙소는 가깝고도 멀었고 찾기는 편했으나 걷기에 살짝 부담이 되었다. 홋카이도청 옆건물이다.

시설은 깨끗했지만 침구류에서 냄새가 살짝 났다. 아기때문에 늘 다다미방을 찾는 나로서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

같은 건물 지하에 이자카야를 찾아갔다. 메뉴 가격이 싸서 양이 얼마 안되겠다 싶어 3가지를 주문했다.

주문을 할 때 에피타이저가 있다고 하더니 무슨 소린가 했는데 술만 시켰어도 될 법한 거창한 안주가 나왔다. 나중에 계산할 때보니 14천원짜리 자릿세개념의 안주였다. 아무리 저녁겸 술안주겸 먹는다지만 그 많은 안주 다 먹느라 배가 터질 뻔 했다. 아기를 어찌나 예뻐해 주시는지 막잔을 들이킬 때는 아이와 농구를 하며(장난감) 놀아주셔서 정말 편하게 술 맛을 즐겼다. 역시 일본은 생맥주다. 왜 이 맛이 한국에선 안날까.

료칸 안에는 온천수는 아니지만 온천형태의 대욕장이라 쓰고 소욕장이라 읽는 성인 네명 들어가면 꽉 찰만한 작은 욕장이 있었고 그곳에서 아기와 함께 목욕을 했다. 마침 아무도 없어서 둘이서 전세낸 기분으로 즐겼다. 탕에 함께 들어가고 함께 씻고 하는 경험을 부모 자식이 아니면 누구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갑자기 벅찼다. 세상 이런 행복한 경험을 자식 덕분에 해본다.


1일차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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