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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Sep 20. 2023

22개월 아기와 홋카이도 여행 -2

노산일기


여행 둘째날

8/31 목

숙소에서 조식 먹기

9:00 - 10:00 체크아웃, 차량 렌트, 출발

10:00 - 12:00 가무이곶 이동(유료도로)

12:00 - 12:50 가무이곶 투어

12:50 - 13:10 식당 이동

13:10 - 14:00 まるてん佐藤食堂 점심식사 우니동 + 생선구이

14:00 - 15:30 오타루 이동

15:30 - 16:00 체크인 및 숙소에 짐 던져놓고

16:00 - 18:00 오타루 구경

유니클로->오타루 오르골당->르타오에서 아이스크림->사카이마치 구경->카마메이 공장->오타루 공원

점심을 안먹었다면 나루토에서 먹고 역방향으로 도는 것도

19:30 かまわぬ예약함.

라고 일정을 짰지만 현실은 다 틀어졌다.


비가 오면 일정을 좀 바꾸려고 했는데 아침 날씨가 너무 화창하다. 남편에게 가무이곶과 공원 선택권을 주었는데 가무이곶을 가겠다고 한다. 고난이 예상되었지만 꼭 비다를 보고 싶다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유모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서 아기를 업고 등산 기분으로 걸어갔다. 세상에나 네상에나 홋카이도가 33도가 웬말이냐 옷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홋카이도도 작년부터 이상기온으로 여름마다 기온 최대치를 찍고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이 참 큰일이다. 산책인니 행군인지 구분이 안되긴 했지만 해안쪽은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인데 예쁜 샤코탄블루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가무이곶 휴게소는 작고 불친절 하고 비쌌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5천원이라니. 사줄수 없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뭔가 빈정이 상하는 금액이기는 하다. 남편은 그냥 나가자고 했고 아기는 아스크림 안사줬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남편은 남편대로 애가 운다고 심퉁을 부려대기에 원래 가기로 했던 식당(우니 정식)은 집어치우고 오타루로 향했다. 다행히 숙소는 넓고 싸고 깨끗했다. 냉장고가 없다는게 단점. 배가 고팠던 아기는 잠에서 깨자마자 또 울기 시작했고 마음을 읽어주지 못한 아빠는 계속 불퉁거린다. 아이를 둘을 키우는 기분이다.


급한대로 체크인만 끝내고 땀으로 쩔은 몸을 물로만 대충 적시고 뛰쳐나와 숙소근처에 있던 카마메이 분점에서 새우오뎅을 사서 먹였더니 허기가 가라앉는지 조금 진정을 했다. 그길로 길을 나서서 사카이마치 길을 걸으며 아이스크림과 멜론을 사 먹였다. 르타오는 여러 아이템이 나와서 그런지 시식코너가 대단히 많아졌다. 시원한 르타오 건물 실내를 돌며 직원들이 나눠주는 달콤한 간식들을 가족과 나눠 먹으며 즐거워 했다. 공짜는 양잿물도 먹는다더니 시식 하나로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축제 가을축제 사이에 와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다. 덥고 피로가 가득하다. 홋카이도는 추워서 옷을 많이 챙겨야 한다고 했던 내 얘기를 남편이 또 곱씹는다.


얼추 5시가 되었기에 일주일 전 되지도 않는 일본어로 전화 예약했던 하타스시로 가기 위해 슬렁슬렁 스시도로로 향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곳이라는데 5시 오픈시간이어서 그런지 가게 안은 우리밖에 없었다. 70세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상대적으로 좀 젊어보이는 6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 분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계셨고 역시 후기대로 너무 친절하셨다. 이따 이자카야도 예약이 되어 있어서 주인장 추천코스 5500엔짜리 하나와 양이 좀 작은 2800엔 메뉴 하나를 시켰다. 가격은 거진 두 배가 차이나는데 구성에 큰 차이가 없자 남편은 좀 실망한 모양이었다. 오타루에서만 스시를 세 번 먹어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이세스시>마사스시>하타스시 순으로 생각이 된다. 이곳의 스시는 싱싱했으나 밥이나 회에 간이 되지 않은 스타일이라 회는 싱싱했으나 먹기에 조금 재미는 없는 스타일이었다. 궁금했던 오타루맥주는 약간 쓴맛이 있어 이후부터는 오타루 맥주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서희용으로 계란말이를 하나 시키자 식당에서 아기를 먹이라며 공기밥과 미소된장을 주셨다. 아이스크림으로 이미 배를 채워서인지 아니면 입에 썩 맞지 않는지 몇 숟가락휘적거리더니 음식으로 장난만친다.


얼레벌레 밥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오타루 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다. 저녁 해질녁 무렵의 바다가 보이는 뷰가 멋지다는 글이 있어서 마침 6시쯤 되었으니 시간도 적절하겠다 싶었다. 골목골목 길을 지나다보니 점점 걸음이 힘들어진다. 약간 비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것은 산이다. 걸을 때마다 느끼지만 구글 도보 20분 이상은 무조건 대중교통을 타야한다. 어느 정도 길을 오자 아기가 징징대기 시작하기에 또 들쳐업고 군장 멘 기분으로 산을 올랐다. 그래, 나는 지금 살을 빼고 있는 것이다.


오타루는 삿포로의 베드 타운으로 전락한지 오래고 관광업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산업도 없다더니 관광객이 빠진 저녁 무렵이 되자 길에 사람이 별로 없다. 힘든 산행을 끝내고 정상에 올라 자판기 음료수 하나 뽑아 먹고 가족 사진을 찍고 나니 정말 무슨 시트콤처럼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대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나는 모기의 밥이 되었다. 해가 너무 지면 공원 내 조명이 별로 없어 위험할 듯 하여 비가 적당히 그치는 틈을 타서 부랴부랴 하산을 했다.  훈련도 이런 훈련이 없다. 일단 숙소로 뛰쳐가서 샤워부터 했다. 짐 줄이려고 옷도 몇개 안가지고 왔는데 오늘만 옷을 두 번 갈아입었다.


세 가족 쉬고 나니 7:40 가량이 되었다. 이자카야 취소를 하려다가 그냥 나가보기로 했다. 조금 늦게 방문했는데 자리예약을 기다려주고 계셨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하는 이자까야라더니 아이에 대한 배려도 대단했다. 돌이켜보면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아닌가 싶다. 친히 주방장(아들)이 직접 테이블로 와서 저녁을 먹고 왔냐 어떤 것을 먹고 싶냐 물어보더니 내가 먹고 싶다고 한 메뉴를 모두 넣고 양도 많지 않게 센스있는 구성으로 음식을 내어주었다.


맛도 친절도도 이곳을 안 왔으면 정말 아쉬웠을 뻔 했다. 다만 기분이 좋아진 아기가 온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노래를 하고 돌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기에 오래 앉아 있지는 못하고 얼른 맥주를 들이키고 나왔다. 밖은 비가 오고 있다. 아쉬운 마음에 편의점에서 맥주를 몇 개 더 사서 숙소에 돌아왔지만 바로 꿀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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