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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느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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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Apr 22. 2022

소소한 일상의 기록, 잡담

느린 정원

처음 맞는 (육아)휴직에 설레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이 너무 많다.

글도 써야지, 그림도 그려야지, 경제공부도 좀 해야지 그동안 회사 핑계대며 못했던 일들 원없이 해 보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모든 육아 선임들과 마찬가지로 육아 하나 하기에도 정신이 없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도 바쁜 일과에 한 몫 한다. 심각한 기계치에 성질 급한 나는 물걸레 청소기 걸레 갈아끼는게 귀찮아 그냥 엎드려서 바닥을 닦고,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가 된 아기를 위해 이유식기계를 당근으로 사 놓고도 막상 가스렌지 앞에서 냄비에 주걱을 휘휘 젓고 있다.


아이는 잠이 점점 없어지고 외출하기를 좋아한다. 몸무게가 임신 때보다 더 늘어난 나는 내 몸뚱아리 하나 지탱하는 것도 무릎 발목이 나갈 것 같은데 오늘도 하루 두세번씩 아기띠를 하거나 유모차에 아이를 싣고 동네 산책을 한다.

밤잠을 제외하고 겨우 하루 두세번 낮잠을 주무시는데 손과 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낮잠에 빠뜨리고 침대에 눕히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는 아기씨 덕분에 매순간 스릴도 넘친다.


생활이 두서가 없고 정리가 안된다. 오랜 시간 회사집 회사집, 월급날 신남 나머지 날 보릿고개의 반복이라는 변함 없는 일과에도 길들여져 있었나보다.

돈 욕심에 적금통장은 늘어가는데 마통은 메꿀 생각이 없다.


친구들의 카톡방은 아침부터 아이 교육비 얘기로 재잘재잘이다. 고작 4-5살짜리 한명이 안들어도 월100은 들어간다는데.. 아이야 미안하다. 엄마는 사교육을 그렇게 많이 시킬 의향도 없고 경제적 능력도 부족하다.


호기롭게 시작한 그림책은 고작 한 페이지 그림을 지나고 있다. 덕분에 남편도 방치다.

누군가가 브런치 작가모집을 곧 한다고 글을 열심히 써 보라고 한다. 실력도 시간도 없거니와 나같은 순수예술가는(자칭) 나의 비루하지만 아름다운 창작예술에 대한 의지가 돈을 목적으로 희석되는 것에 약간 알러지가 있다.


이런 저런 잡념이 많아지는 어느 흐린 오전, 아이가 겨우 잠들었다. 꿀같은 짬 시간 그림을 좀 더 그려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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