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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May 07. 2022

시간을 알차게 보내겠다는 강박

느린 정원

처음 가져보는 휴직이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림책을 만드는 수업을 듣게 되었고, 아 최소한 책은 한 권 낼 수 있겠구나 싶었더랬다.


내가 지난 직장 생활동안 취미로라도 그림 그리기 활동을 이어가지 않았던 것은 비전문가의 실력으로 그려지는 내 비루한 그림의 결과물들을 보는 것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데다, 앉아서 하는 작업임에도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라 다른 주업무와 병행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던 때문이었다.


아이를 키우며 물감을 바닥에 흐트려 놓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여 생전 써보지 않은 색연필을 꺼내 들었다. 스케치도 스케치지만 색칠 과정이 이렇게 초심자 티가 나나 싶을 정도로 점점 그림을 망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이렇게라도 진척하지 않으면 마무리를 못하게 될 것 같아 그저 앞으로 나갔다.


일러스트를 업으로 하고 있는 친구는 더욱 냉정한 평가를 쏟아낸다.

성의가 없어 보인다, 성격이 급해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하나도 없다 등등.

작가들은 일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공을 들여 출판을 한다고도 했다.


작업에 대한 혹평 보다도 작품 시간에 대한 이야기는 아 불가능하다 라는 생각을 또 다시 들게 한다.


나머지 한 장만을 채색하면 되는,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 지금, 또 나는 시간 낭비를 한 것이 아닌가, 목적이 있지 않은 취미 활동에 시간을 들이는 것이 너무나 비효율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경험삼아 독립출판 과정을 진행 해보고 싶었지만 이런 그림을 세상에 내 놓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라 최종 결심이 설 때까지는 좀 더 고민의 시간이 이어질 것 같다.


육휴의 절반즈음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 육아도 물론 너무 행복하지만, 오로지 그것만으로 마음의 평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왜 이렇게 쫓기고 왜 이렇게 마음이 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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