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정원
싸이월드 시절부터 나는 sns를 비공개 개인 일기장으로 써 왔었다. 어차피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으니 나름대로 좋은 수단의 감정의 쓰레기통이었고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더랬다.
그런데 이 글쓰기 활동이 책을 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순간부터는 글이 잘 안 써지기 시작했다.
문장 하나 쓰는데도 이 글이 정보제공의 성격을 띄는가 아님 단순 에세이인가, 독자가 불특정 다수인가 아님 나와 취향이 비슷한 소수의 사람인가 등을 고민하게 되더라. 또한 나의 어떠한 성격을 이야기 할 때도 그 성격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나의 과거를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글이 점점 늘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지며 글이 지루해지는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책을 몇 권 발간한 지인은 내 글을 보더니 소위 ‘어그로가 없다’, 마케팅을 하려면 그런 요소들이 많아야 한다고 했다. 재미가 없다는 소리겠지.
책을 발행한다는 것은 결국 마케팅, 즉 금전적인 요소를 전제하는 걸까?
혼자 일기를 쓰지 않는 이상 글쓰기란 어느 정도는 여러 사람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욕망이 깔려 있는 행위인가?
그렇게 고민이 많아지니 글을 잘 안 쓰게 되더라. 2015년 경 75일간 혼자 떠난 배낭여행도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고 나누고 싶은 일들도 많았는데 결국 그러한 이유로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머리와 마음에 잘 보관만 했더랬다. 이젠 그 기억도 점점 사라지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일기같기도 하고 책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라서 그런걸까. 단 한 두명이라도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도 들고 굳이 내 글이 많이 읽혔으면 하는 이상한 압박감도 없다. 여행기도 조금씩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작가들의 서재를 둘러보다 보면 참 요즘은 해박하고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싶다. 세상만사 내가 업으로 삼기에는 모든 것이 넘사벽이다. 요즘은 N잡러가 트렌드라는데 난 그냥 본업에만 충실해야겠다 라고 결심하게 된다.
6개월에 접어드신 아기가 통잠을 잊고 새벽에 밥달라시어 잠이 깨버린 어느 주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