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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느린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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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hine May 08. 2022

only one 잡러

느린 정원

싸이월드 시절부터 나는 sns를 비공개 개인 일기장으로 써 왔었다. 어차피 남들에게 보여지지 않으니 나름대로 좋은 수단의 감정의 쓰레기통이었고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왔더랬다.


그런데 이 글쓰기 활동이 책을 내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순간부터는 글이 잘 안 써지기 시작했다.


문장 하나 쓰는데도 이 글이 정보제공의 성격을 띄는가 아님 단순 에세이인가, 독자가 불특정 다수인가 아님 나와 취향이 비슷한 소수의 사람인가 등을 고민하게 되더라. 또한 나의 어떠한 성격을 이야기 할 때도 그 성격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나의 과거를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글이 점점 늘어지고 가독성이 떨어지며 글이 지루해지는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책을 몇 권 발간한 지인은 내 글을 보더니 소위 ‘어그로가 없다’, 마케팅을 하려면 그런 요소들이 많아야 한다고 했다. 재미가 없다는 소리겠지.

책을 발행한다는 것은 결국 마케팅,  금전적인 요소를 전제하는 걸까?

혼자 일기를 쓰지 않는 이상 글쓰기란 어느 정도는 여러 사람에게 읽혀지기를 바라는 욕망이 깔려 있는 행위인가?


그렇게 고민이 많아지니 글을 잘 안 쓰게 되더라. 2015년 경 75일간 혼자 떠난 배낭여행도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고 나누고 싶은 일들도 많았는데 결국 그러한 이유로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머리와 마음에 잘 보관만 했더랬다. 이젠 그 기억도 점점 사라지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일기같기도 하고 책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라서 그런걸까. 단 한 두명이라도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도 들고 굳이 내 글이 많이 읽혔으면 하는 이상한 압박감도 없다. 여행기도 조금씩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작가들의 서재를 둘러보다 보면 참 요즘은 해박하고 글을 맛깔나게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싶다. 세상만사 내가 업으로 삼기에는 모든 것이 넘사벽이다. 요즘은 N잡러가 트렌드라는데 난 그냥 본업에만 충실해야겠다 라고 결심하게 된다.


6개월에 접어드신 아기가 통잠을 잊고 새벽에 밥달라시어 잠이 깨버린 어느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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